스페인 등 가뭄으로 고대유적지 드러나
가을 문턱에 다달았지만 유럽은 지난 6월 시작된 가뭄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와 벨기에, 독일,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스페인 등 유럽연합(EU) 27개국 가운데 거의 절반이 '가뭄경보'가 내려져 있고, 현재 이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앞서 유럽(EU)집행위원회의 세계가뭄관측(GDO)이 지난 23일 내놓은 자료에서도 유럽 대륙의 3분의2가 500년만의 가뭄으로 메말라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GDO는 유럽 대륙의 47%가 땅이 이미 말라붙은 상태이고, 17%는 식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태라고 했다.
영국 남서부 전역은 9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환경청(Environment Agency)은 영국 14개 지역 가운데 웨식스 등 11개 지역을 가뭄지역으로 지정했다.
환경청은 이번 가뭄으로 하천 유량이 감소해 하천 주변 환경에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웨식스 지역은 지난 2주동안 약간의 비가 내렸지만 최근 몇 달간 이어진 긴 가뭄을 하갈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크리스 폴(Chris Paul) 영국 환경청 지역가뭄책임자는 "지난 2주간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웨식스 지역 강들은 기록상 가장 낮은 유량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지역 야생생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가뭄을 일으킨다"고 우려했다.
영국의 올 7월은 1935년 이후 가장 건조했던 것으로 기록됐다. 환경청은 영국 전역 강우량이 5개월 연속 평균 이하였으며 기온은 평균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하천 유량과 지하수, 저수지 수위도 7월동안 모두 감소했다.
이같은 가뭄으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산불 및 물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며, 강과 연못이 말라 물고기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폐사하는 등 환경에 큰 타격을 입혔다.
스페인도 장기간 가뭄으로 저수지가 말라붙으면서 역사 유적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8월 스페인 환경부는 도시와 농장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 용량이 36%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로 인해 저수지에 잠겨있던 선사시대의 환상열석과 11세기에 건축된 교회가 발굴된 것이다.
스페인 서부 에스트레마두라(Extremadura) 지역에 위치한 발데카냐스(Valdecañas) 저수지에서는 물이 빠지면서 그 아래 있던 선사시대 유적이 드러났다. '과달페랄의 고인돌'(Dolmen of Guadalperal), 일명 '스페인 스톤헨지'로 불리는 이 유적은 수십 개의 거대한 선돌이 둥글게 줄지어 놓인 고대 환상열석으로, 기원전 5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달페랄의 고인돌은 1926년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견됐지만 1963년 이곳이 저수지로 건설되면서 물에 잠겼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 카탈루냐 북동부 지역에서는 1960년대 댐이 인근에 건설되면서 수몰됐던 산 로마 데 사우(Sant Roma de Sau) 마을의 교회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교회는 11세기 지어진 것으로 현재 관광객들이 이 유적을 보고자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네이처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학술지에서는 기후위기로 스페인 일부 지역이 1000년 이상 만에 가장 건조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앞으로도 겨울 강우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가을과 겨울 강우량이 충분하면 봄까지 강, 호수, 지하수, 저수지 수위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나, 앞으로도 건조한 상태가 몇 달간 더 지속될 경우 2023년 부족한 수자원을 어떻게 관리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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