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없는 단결정 반도체 이용해 피부측정 가능
별도의 장비없이 언제 어디서나 개인의 피부상태를 무선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전자피부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아모레퍼시픽과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김지환 교수연구팀은 무선으로 피부상태를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칩-리스 무선 전자피부'(이하 전자피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피부 임상연구를 하려면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한 공간에서 고가의 진단장비를 이용해 측정해야만 정밀한 피부 진단이 가능했다. 그러나 장비를 이동하는데 제약이 따르다보니 피부 임상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칩이 없는 단결정 반도체를 이용해 피부상태를 무선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피부 기술은 센서가 매우 민감하고 굴곡진 피부에도 부착할 수 있어 효용성이 높은 편이다. 특히 극한의 추위나 더위,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에 특수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피부를 쉽게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기능성 화장품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의 시작은 아모레퍼시픽 R&I센터 임상Lab 한지연 수석연구원의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14시간이나 걸리는 미국 출장길에서 건조하고 민감해진 본인 피부상태를 보며 비행기를 타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피부가 건조해지고 민감해졌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장비를 설치할 수 없는 비행기 안에서 피부의 특성변화를 측정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장소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피부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이렇게 시작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피부에 부착할 수 있고 무선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반도체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마침내 MIT 김지환 교수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김지환 교수팀은 반도체 학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기술이라 평가받는 '반도체 기판 무제한 사용 기술'(remote epitaxy, 2016년 네이처 표지 논문)을 포함, '단결정 화합물 반도체 초박막 성장 및 전사' 관련 다수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김지환 교수팀은 4년간의 공동연구 끝에 '에피택셜 프리스탠딩 화합물 반도체'를 활용한 전자피부를 완성했다. 피부에 밀착해 있지만 땀구멍을 100% 모사해 확보한 통기성으로 장시간 사용해도 피부자극이 없으며, 초박막 패치가 배터리없이도 피부를 진단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아모레퍼시픽 박영호 R&I 센터장은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전자피부는 국내외 피부과학 연구분야가 한단계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맞춤형 화장품과 다양한 기능성 화장품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해 고객에게 더 나은 피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전자피부를 이용한 피부과학 연구성과를 설화수 등 주요 브랜드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공동연구의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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