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미국...바이든 폭염대응 '비상사태' 선포하나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5 17:29:08
  • -
  • +
  • 인쇄
재생에너지 담은 'BBB법안' 상원 통과 실패
기록적 폭염 기회로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추진하던 '더 나은 재건(BBB) 법안' 통과에 실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차선책으로 '국가 비상사태 선포'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곳곳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살인적 폭염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것도 바이든 대통령이 결심하는데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현지시간) 존 케리(John Kerry)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비상사태 선포는 미국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위기 등 국가적 비상시에 정부가 신속히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선포한다. 대통령 권한만으로 기후위기 관련 예산을 조달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거나 원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제한할 법적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케리 기후특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 누구보다 탄소기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데 적극적"이라며 "비상사태 선포가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폭염, 산불 등 최악의 기후재난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BBB 법안을 통과시키려 노력했다. 이 법안은 2조달러(약 2600조원)의 예산을 마련해 태양광·풍력발전 세제 지원과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 지급 등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BBB 법안은 올초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재원마련을 위해 기업과 부자 등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공화당과 조 맨친(Joe Manchin) 등 일부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기후변화 지출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회 입법을 통한 예산 마련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국 보스턴의 최고 기온이 37.8°C까지 올라 89년만에 이전 최고기록(36.7°C)을 갈아치웠다. 뉴욕 인근에 있는 뉴저지주 뉴어크는 5일 연속 37.8°C를 넘어 1931년 이후 최장기 기록을 세웠다. 동부연안이 아닌 캔자스주, 미주리주, 오클라호마주와 같은 중서부 지방과 캘리포니아주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 텍사스주, 테네시주도 마찬가지다.

폭염이 심각해지자, 백악관이 행정력을 발휘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린피스USA의 수석 기후운동가인 애슐리 톰슨(Ashley Thomson)은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해 행정력을 사용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죽어가는동안 의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을 계속 기다릴 수 없다"고 기후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다. 

BBB 법안에 찬성해온 민주당 의원들 역시 법안의 의회 통과가 어려워짐에 따라 백악관이 직권으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가 기후위기를 빠르게 타개하기 위해 의회를 거치지 않고도 정책 추진이 가능하도록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강력한 행정 조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최소 50% 감축시키기로 한 바이든의 약속이 이행되기 위해서라도 비상사태 선포는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뉴욕의 로듐그룹(Rhodium Group) 연구원들은 이달 BBB 법안이 좌초되면서 2005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량은 24~35%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익명의 백악관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본인이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미국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발전 수요 증가로 천연가스 가격이 이달에만 48%나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석탄 가격도 1년 전보다 약 3배나 올라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를 무작정 낮추긴 어렵다. 

아울러 기후 비상사태 선포에 따른 관련 행정 조처가 법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미 연방대법원은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한 연방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