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제거, 바다를 활용하라....'블루 이코노미'는 탈탄소의 열쇠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6-30 16: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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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효과 90% 저감...재생에너지 생산량 40배
수산식품 '블루푸드'로 식량위기·불평등 극복


바다를 기반으로 한 '블루 이코노미'가 세계 경제를 탄소중립으로 전환시키는 열쇠로 지목되고 있다.

제2차 유엔 해양컨퍼런스가 5년만에 포르투칼 리스본에서 사흘째 열리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포럼(WEF)은 '블루 이코노미'를 강조하는 세계 해양학자들의 입장을 담은 기고문을 2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앞서 유엔은 지난 27일 '해양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각국 정부에 해양 생태계 복원을 위한 대책을 긴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해양기반 탄소제거를 위한 행동강령이 필요한 이유'를 제목으로 한 이 기고문은 지구가 결국 바다로 둘러싸인 행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바다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을 흡수하고 있고,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대기의 50배, 육상식물과 토양의 20배다. 또 온실효과로 발생한 열의 90%를 바다가 흡수하고 있다.

매년 인간활동이 대기중으로 쏟아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400억톤 이상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제한하지 못할 경우 재앙적이고 복구 불가능한 수준의 피해가 지구를 강타할 전망이다. 이미 평균기온이 1.2°C 상승하면서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현 추세대로 가면 인류에게 남겨진 기한은 10년도 채 안된다.

기고문은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만큼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양자원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흡수하는 방안을 모색해 탄소중립을 넘어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탄소 네거티브'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양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식량 생산량을 6배 늘리고,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40배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가 대두하고, 곡물 및 육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선택지로 '블루푸드'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블루푸드는 생선과 조개류, 해조류를 포함하는 수산 식품을 말한다.

전세계적으로 35억명 이상이 바다에 의존해 식량을 수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억2000만명은 직접적인 어업 및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어류는 40%가량이 수출돼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식료품 원자재다. 그럼에도 블루푸드 산업은 대규모 부지나 벌목, 제초제 등을 필요로 하지 않아 농경이나 축산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한 환경 영향이 적다.

블루푸드 산업은 '기후정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어업 종사자의 대부분은 해양오염에 책임이 적은 개발도상국에 속해있다. 양질의 비타민, 무기질, 지방산을 함유한 총 3700여종의 해양생물종을 포괄하는 블루푸드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유통량이 늘어날 경우 1억6600만명의 미량영양소 결핍증을 해소할 수 있다. 또 해양오염으로 인한 블루푸드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윤을 보장해야 개발도상국이 값싼 화석연료 수급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유엔 해양컨퍼런스에서 현재 20%에 불과한 전세계 해저면 매핑 비율을 2030년 80%까지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각국이 보다 지속가능한 해양 생태계를 가꾸기 위해 각종 연구와 실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인 가운데 해양학자들은 기고문을 통해 우선 해당 주체들을 통제할 수 있는 행동강령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2012년 캐나다 기업 '오셔너스(Oceaneos) 환경솔루션'은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안에서 식물 플랑크톤의 증식을 자극하는 '해양비옥화'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오셔너스 환경솔루션은 인근 주민들에게 사업을 통해 연어의 개체수를 늘리고, 해양에 격리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기반으로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약 100톤의 황산철을 쏟아붓고도 실험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유독한 녹조현상에 대한 우려만 증폭시켰다.

이에 해양학자들은 △인류와 환경 공동의 이익을 우선할 것 △잠재적 피해범위를 설정하고 책임을 명시할 것 △연구활동을 개방·협력적으로 진행할 것 △독립기관을 선정해 성과를 평가할 것 △연구계획 및 평가과정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공참여를 확대할 것 등을 포함해 윤리적 지침을 사전에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유엔 해양컨퍼런스는 오는 7월 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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