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염증, 치매, 인지발달 장애 일으킬 수도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 해로운 입자가 폐에서 혈액을 타고 뇌로 들어가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입자들은 다른 장기들보다 뇌에 더 오래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버밍엄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와 중국 학술기관들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법(MRI), 인지검사, 혈액측정 등을 통해 코로 들이마시는 미세한 입자들이 혈액을 통해 뇌로 가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현지시간)자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전 연구에서는 혈액과 뇌 장벽을 우회한 작은 입자들이 코로 들어오면 후각을 전달하는 뇌신경의 하나인 '후신경'을 통해 뇌로 운반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미세입자가 후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것보다 혈액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도달률이 8배 높다는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 공동저자인 이졸테 린치(Iseult Lynch) 버밍엄대학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세 입자가 폐에서 혈류를 타면 뇌에 더 잘 도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같은 사실을 비춰봤을 때 대기오염도가 높으면 신경 염증이나 치매같은 노인성 질환 그리고 어린이들의 인지발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20년 하버드와 캠브리지 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과 깨끗한 지역에 사는 멕시코시티 아이들의 뇌를 비교한 결과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뇌 질환이 발병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미국에서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 사는 여성노인들의 치매위험이 다른 지역보다 거의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중 초미세먼지(입자의 크기가 10㎛ 이하이거나 2.5㎛ 이하인 먼지)가 뇌 손상에 가장 우려되는 오염물질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초미세먼지는 면역세포나 생물학적 장벽 등 인체의 보호체계를 뚫고 곧바로 뇌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뇌에 도달한 초미세먼지들은 뇌 주변 조직을 손상시켜 뇌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미세 입자들은 뇌에 한번 도달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연구팀은 "일단 뇌에 도달한 해로운 입자들은 쉽게 제거되지 않았다"며 "다른 장기들보다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고 설명했다.
린치 교수는 "공기중 미세 입자가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해 우리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면서 "앞으로 인체에 흡입된 오염물질이 뇌에 도달하는 방법과 그 영향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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