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국들, 지구에 방화해 놓고 피해보상 외면"
기후재해를 복구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20년동안 800% 이상 증가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은 지구온난화가 고착되면서 유엔 기후재해복구에 필요한 자금이 20년 사이에 800% 이상 늘었고, 필요한 자금의 절반 정도만 부유국에 의해 충당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7일(현지시간) 발간했다.
전세계적으로 가뭄과 홍수, 산불 등 극한의 기후재앙이 많이 발생했던 지난해는 역대 세번째로 복구비용이 많이 소요된 해로 기록됐다. 투입된 복구비용은 3290억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원조액의 거의 2배에 달한다.
기후재해를 겪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유엔에 인도적 차원에서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유엔의 전체 지원비용 가운데 35.7% 차지했던 기후재난복구 자금지원 비중이 2021년 78%까지 늘어났다. 유엔은 2030년까지 기후재해가 40%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앞으로 유엔의 기후재난 복구지원비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에 따르면 최근 소말리아는 40년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던 터전을 버리고 이주했다. 지난 2011년 기근 당시에는 25만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절반이 5세 미만 어린이였다. 현재 소말리아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케냐 등에서도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남수단은 5년째 극심한 홍수가 이어지고 있다.
가뭄과 홍수 등 기후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남수단은 탄소배출량이 전세계 배출총량의 0.1%에 불과하다. 반면 부유하고 산업화된 국가들의 탄소배출량은 37%에 이른다. 결국 부유국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피해를 빈곤국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모인 G7 외무장관들은 처음으로 기후문제에 대한 손실과 피해문제를 논의했다. 이는 기후문제가 세계적 의제로 부상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독일의 제니퍼 모건(Jennifer Morgan) 기후특사는 해결책으로 기후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쉴드'(global shield)를 제안하기도 했다.
기후재난 피해국가들의 지원요청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기후지출에 사용되는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은 지난 10년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빈곤국들은 지난 5년간 630~750억달러의 긴급지원을 요청했지만 실제로 그들에게 지원된 금액은 350~420억달러에 그쳤다.
이에 대해 옥스팜은 "매우 불충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니 스리칸다라자(Danny Sriskandarajah) 옥스팜GB 최고경영자는 모든 기후파괴와 관련된 비용인 '손실 및 피해'(loss and damage)에 관한 첫번째 기후회담 자리에서 이 재정격차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부유국들은 기후재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의 기후변화 적응비용으로 연간 1000억달러를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영국같은 부유국은 탄소배출로 인한 피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빈곤국들에게 피해복구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들렌 디우프 사르(Madeleine Diouf Sarr) 최빈개도국블록(LDCs) 의장은 유엔기후회담에서 "최빈국들은 거의 아무것도 배출하지 않는데도 섬들이 가라앉고, 산사태로 집이 매몰되고, 기후재앙으로 병원이 떠내려간다"며 "부유국들은 이 위기에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드 레만(Asad Rehman) 영국 자선단체 워온원트(War on Want) 국장은 옥스팜의 이번 보고서에 대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기후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의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부유국들은 지구에 방화를 저지르고 나서 손해청구서를 받으면 돈이 없다고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500년동안 불의와 불평등을 조장한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에 의해 형성된 대응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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