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만2000종' 화학물 사용금지 추진...영원한 화학물질 'PFAS'도 포함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6 20: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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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리치' 개정안 발표..."역대급 규제범위"


유럽연합(EU)이 암과 호르몬 교란, 생식장애, 비만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1만2000종의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사용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EU는 과불화합물(PFAS)과 모든 난연제, 비스페놀, PVC 플라스틱, 일회용 기저귀 등 독성을 포함하고 있는 화학물질의 사용금지 내용을 담은 'EU리치'(EU REACH) 개정안을 공개했다.

PFAS를 금지하는 것은 세계 처음이다. PFAS는 옷과 신발, 조리기구 등 거의 대부분의 생활용품에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이다. 그러나 이 화학물질은 자연분해가 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알려져 있다. 일회용 기저귀, 어린이 놀이터용 과립에 들어있는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이 금지 검토목록에 올라있다.

금지대상에 오른 화학물질들은 유럽화학청(European Chemicals Agency)의 '롤링 리스트'(rolling list)에 포함해 제한 여부가 고려된다. 이 목록은 2027년 예정된 EU리치 개정 이전까지 정기적으로 검토되고 업데이트된다.

이같은 내용의 EU의 규제안이 공개되자, 역대급으로 환영받고 있다. 유럽환경국(EEB)은 "최대 1만2000종의 화학물질이 규제대상에 포함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유해화학물질 규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U리치는 EU 내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유통량 및 유해성 등에 따라 등록평가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로, 이미 규제범위가 세계 최대에 이른다. 여기에 새로운 규제목록이 추가될 경우, 상당수의 기업들이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타티아나 산토스(Tatiana Santos) 화학정책국장은 이번 EU의 계획을 두고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대담한 규제"라며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들은 현재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규제안이 거의 모든 제조 제품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환경을 줄일 것을 약속한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기업단체는 "이번 계획이 합성물질을 다량 사용하는 선크림, 향수 등의 화장품을 비롯해 페인트, 청소제품, 접착제, 윤활제, 살충제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측에서는 규제범위의 축소 및 안전한 대체제품 개발 인센티브, 수입규제를 요구했다.

존 차브(John Chave) 무역기구 유럽코스메틱(Cosmetic Europe) 국장은 "많은 성분이 피부 감작제에 속해 다양한 화장품이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화장품의 안전성 및 다양성, 선택권, 그리고 기능적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헤더 키긴스(Heather Kiggins) 유럽화학산업협회(Cefic) 대변인은 "일부 규제는 업계와 밸류체인(value chains)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럽화학청은 화학물질을 전체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특정 화학물질의 사용이 금지됐을 때 기업들이 물질의 화학성분을 조작하거나 다른 유해물질로 대체해 개별규제를 교묘히 피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유감스러운 대체'(regrettable substitution)로 알려진 이 산업 전략은 화학물질을 개별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의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를 이용해 내분비교란 비스페놀A와 같은 물질도 다른 비스페놀로 대체할 수 있어 환경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이러한 대체행위까지 규제하려면 긴 입법싸움을 거쳐야 한다.

산토스 국장은 이를 두고 "금지된 유해물질을 아직 금지되지 않은 유해물질로 대체하는 화학업계의 냉소적이고 무책임한 전술"이라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유감스러운 대체 패턴을 수십 년간 목격해왔다"고 비판했다.

전세계에 합성화학물질은 1억9000만가지 이상 등록돼 있으며, 1.4초마다 새로운 산업용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유엔은 5조달러 가량의 산업가치가 2030년까지 2배, 2060년까지 4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화학물질로 인한 환경상, 건강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 환경운동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2014~2019년 사이에 BASF, 바이어, 다우케미칼, 엑손모빌 등 산업대기업들이 안전성 검사를 완료하지 않고 수백만톤의 화학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과학자들은 화학오염으로 지구생태계가 붕괴하기 시작하는 '경계'를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화학오염은 고래종을 멸종위기로 몰아넣고 있으며 인간의 출산율을 감소시키고 연간 200만명의 사망자를 낸다.

비르기니유스 신케비추스(Virginijus Sinkevičius)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규제가 "산업용, 전문용, 그리고 소비재 사용에 걸쳐 사람과 환경의 유해물질 노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티에리 브레튼(Thierry Breton) EU 내수정책담당 집행위원은 "청정한 환경을 조성하려면 위원회의 투명성과 가시성이 요구된다"며 이번 규제안이 그러한 가시성을 제공하고 기업과 기타 이해관계자가 다가올 제한에 더욱 원활하게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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