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생에너지, 삼성전자만 공급해도 모자란다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2 12: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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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태양광·풍력 年 발전량 21.5TWh
삼성전자 한해 전력소비량 26.95TWh


우리나라의 연간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삼성전자가 한해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11대 주요 수출기업이 2020년 한해 사용한 전력량은 98테라와트시(TWh)에 달했지만, 그해 국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1.5TWh에 그쳤다. 이는 삼성전자의 한해 전력소비량 26.95TWh보다 5.45TWh가 부족하다.

11개 기업이 사용한 전력은 국내 태양광(18.25TWh)과 풍력(3.15TWh) 발전량보다 4.5배 많다.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량을 2배 늘린다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력소비량을 합친 50.3TWh를 충당할 수조차 없다. SK하이닉스의 2020년 전력소비량은 23.35TWh를 기록됐다.

11개 주요 수출기업은 반도체와 철강 등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기업들이다. 이 11개 기업은 삼성전자(26.95TWh)를 비롯해 SK하이닉스(23.35TWh), LG디스플레이(15.3TWh), 현대제철(10.37TWh), 동국제강(6.57TWh), 세아베스틸(4.53TWh), 현대자동차(3.34TWh), 삼성SDI(3.23TWh), DB메탈(2.26TWh), 포스코(1.25TWh), LG전자(0.92TWh)다. 

국제에너지연구기관 엠버(EMBER)가 11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참조해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공개하자,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은 12일 "전세계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 소비와 공급망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며 자발적으로 RE100에 참여하고 있는데 국내는 재생에너지 공급부족으로 기업 경쟁력을 잃게 됐다"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산업계가 저조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11대 국내 수출기업 전력사용량과 국내 풍력·태양광 발전량(2020년) (자료=EMBER)


애플과 구글, BMW 등 글로벌 경쟁사들은 일찌감치 RE100에 합류했지만 국내 기업 가운데 RE100에 합류한 기업은 14곳에 그치고 있다. 주요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도 아직 RE100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국내 산업계가 RE100 달성에 실패한다면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 수출이 각각 15%, 31%, 4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수입품에 대해 '탄소국경조정제'를 부과할 계획이어서 재생에너지가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충분치 않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기업들의 RE100 참여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엠버의 '국제전력리뷰 2022'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중은 4.7%에 불과했다. 일본과 중국, 몽골, 베트남을 비롯해 전세계 풍력·태양광의 발전 비중이 평균 10%를 넘어섰는데 한국은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전체 발전량의 64%를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기후위기에 전면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엠버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10년 안에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비중을 '0'으로 낮추지 않으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43%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엠버의 이유니 아시아 전력데이터 분석가는 "IPCC 과학자들은 100여개에 달하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빠른 방법이라는 결과를 도출해냈다"며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과 설비 확대는 에너지 및 기후위기 극복은 물론 한국 수출경제에도 커다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정책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억제하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판매와 구매가 탄력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의 프로젝트 매니저 저스틴 홈스(Justine Homes)는 "한국의 과대한 화석연료 의존은 기후위협은 물론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차기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위해 전력시장을 유연하게 마련하고, 풍력과 태양광 입지에 불필요한 이격거리 규제를 없애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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