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1층 매장과 뚝 떨어진 동선에 위치
지난 22일 오전에 찾아간 서울시 '제로마켓' 1호점 매장은 한산했다. 2층 가전매장 옆에 5평 남짓한 공간에 꾸려져 있는 매장은 1층의 널직널직한 홈플러스 월드컵점 매장과 비교되면서 약간 옹색한 느낌이었다. 가전제품이나 의류 상점을 방문하지 않는 이상 이곳에 제로마켓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겠다 싶었다.
서울시는 대형 유통업체들과 손잡고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편의성이 뛰어난 백화점·마트 등에 '제로마켓'을 마련하고 6개월동안 시범운영한다.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입점해있는 이 제로마켓이 지난 21일 문을 연 1호점이다. 서울시는 홈플러스 월드컵점을 시작으로, 2022년 1월까지 NC백화점 강서점, 지에스프레시(GS Fresh) 고덕그라시움점 등 10곳을 순차적으로 개장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제로마켓을 여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은 친환경 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고,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시민들에게는 한번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플라스틱만 줄여도 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통계청 생활폐기물 자료에 의하면 2019년 폐플라스틱 배출량은 하루 7430톤에 이른다.
제로마켓 1호점을 맡고 있는 김도희 사장은 "대형마트에 제로마켓에 입점해 있으면 장을 보러 오셨다가 들를 수 있어서 접근성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를 접할 수 있을 것같다"고 기대했다. 김 사장은 이전에 알맹상점, 숍인숍 등 여러 제로마켓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매장 크기는 아담했지만 친환경 생활용품들은 있을 게 다 있었다. 코코넛 껍질로 만든 세탁솔, 대나무 칫솔, 고체형 치약, 친환경 수세미, 고체형 샴푸, 스테인리스 빨대 등. 생전 처음보는 친환경 제품들도 많았다. 특히 고체형 샴푸에 눈이 갔다. 다시마향, 버터향 등 대략 10종은 돼 보였다. 고체형 샴푸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에 놀랐다. 샴푸바뿐 아니라 린스바, 고체형 바디숍도 팔았다.
양옆으로 진열된 친환경 제품들을 지나 뒷쪽으로 가니 리필스테이션이 마련돼 있었다. 리필스테이션에는 세탁세제와 주방세제 2종을 다회용기에 담아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다. 주방세제의 경우, 하나는 무향이고 다른 하나는 꽃 향이다. 소비자들은 집에 있는 용기를 가져와 원하는 제품을 1g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1g당 11원인 주방세제를 500ml 페트병에 담으면 5500원이다. 제로마켓 한켠엔 용기를 챙겨오지 못한 소비자를 위한 유리용기도 비치돼 있었다.
김도희 사장은 "소비자가 직접 가져온 용기에 세제를 담지 않고 제로마켓에서 제공하는 유리병에 담으면 어떤 세제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손님이 모르고 마시는 일도 있다"면서 "그래서 집에서 다 쓴 세제 용기를 가져오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제공하는 유리병은 도라지 꿀배 용기 등 음료를 담았던 유리용기였다.
제로마켓을 둘러보니 몇가지가 아쉬었다. 우선 너무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사람들 눈에 띄기가 쉽지 않았다. 이따금 멈춰 서서 표지판을 읽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슬쩍 눈길만 주고 지나쳤다. 천장에 달린 '제로마켓' 간판도 잘 보이지 않았고, 바깥에서 보면 뭐하는 매장인지 알 수가 없다.
솔직히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매장 2층으로 올라와 한참 걸어가야 하는 곳까지 와서 이용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장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홈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개점한지 몇일밖에 안됐고 언론과 SNS를 통해 꾸준히 홍보한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마켓 매장은 서울시가 지원하는 6개월간의 시범운영이 끝나면 자율운영하게 된다. 이에 대해 김도희 사장은 "홈플러스 월드컵점의 제로마켓이 6개월 동안 홍보가 잘 돼서 소비자들이 추후에도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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