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이래서 떨어지나?...정액과 태반에서도 독성 화학물질 검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2-20 15:13:00
  • -
  • +
  • 인쇄
코펜하겐대 연구진 "화학물질, 번식에 문제일으켜"
화석연료 물질과 불임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해야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은 화석연료에서 기인하는 독성 화학물질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진은 사람의 혈액과 소변, 정액, 태반, 모유뿐 아니라 지방조직에서도 화석연료 물질이 검출됐으며, 이 오염물질은 내분비 교란물질로 신체의 호르몬 체계를 방해하고 생식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의 주요저자인 닐스 스카케베크(Niels E. Skakkebæk) 코펜하겐대 교수는 "현대 생명체의 상당부분에서 화석연료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면서 "수많은 동물실험을 통해 플라스틱, 화학물질 등이 동물번식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쥐의 경우 독성 화학물질 노출로 내분비 장애가 발생하면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 생식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컷과 수컷의 생식능력은 동일한 오염물질에 노출되더라도 다르게 영향을 받으며, 특히 임신초기는 이런 화학물질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일부 연구에서는 내분비를 교란하는 화학물질이 인간 남성의 생식질환과 실질적으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저출산 문제는 산업화 이후 교육 및 노동활동으로 출산 시기가 늦어진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됐다. 계획출산 증가, 피임과 임신중절 그리고 여성의 사회진출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들도 그 원인으로 대두됐다.

그러나 데이터에 따르면 피임약이 출시되기 전부터 출산율은 지난 5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임신중절 수술건수는 수년간 줄어들고 있는데, 의도하지 않은 유산은 1990년 이후 오히려 1~2% 증가했다. 여기에 고환암 발병률이 매년 7만4000건에 달하고, 불충분한 정자와 난자, 젊은 여성의 이른 사춘기 그리고 남성 영유아 생식기의 선천적 기형 등 생물학적 원인으로 인해 인간의 불임이 증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덴마크 어린이 10명 중 1명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나며, 남성의 20% 이상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덴마크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러한 추세는 다른 산업화 국가에서도 볼 수 있다.

더욱이 오랜 기간과 많은 세대에 걸쳐 일어나는 진화의 특성상, 이런 경향은 유전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과학계에 산업혁명 이후 존재해온 화석연료의 독성 화학오염물질의 영향을 조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구진은 "독일과 일본 등 여성 1인당 1.5명의 자녀를 가진 나라의 출생아수는 이미 50% 감소했고, 2020년 출산율이 0.84명인 한국은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2세대 내 출생아 수가 75%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노인세대를 부양할 청년세대가 심각하게 줄면서 인구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카케베크 교수는 "우리는 인구의 불임 문제를 잘 모르고 있다"며 "많은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화석연료 오염과 저출산의 연관성은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인과관계 혹은 상관관계 규명에 있어 신체활동 감소, 흡연, 비만, 알코올 소비, 식생활 변화 등 생활습관 변화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논문은 네이처 리뷰 내분비학(Nature Reviews Endocrinology) 학술지에 15일(현지시간)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노동자 사망사고·압수수색 이후...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SPC그룹이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독립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19일 출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후/환경

+

백두대간 보호지역 지정 20년…"산림 훼손 여전"

백두대간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된지 20년이 지났지만 복원은커녕 광산 개발 등으로 인한 산림 훼손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녹색연합은 백두대간 보

EU '탄소상쇄 크레딧' 재도입되나?..."조건부 부활시켜야"

유럽연합(EU) 배출권거래제(ETS)를 설계한 조스 델베크 전 유럽연합집행위원회 기후총국장이 국제 탄소상쇄 크레딧의 제한적 재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인조잔디' 안전한가!...유해성 알리려던 과학자들 고소 당해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와 학교 운동장에 깔린 인조잔디의 유해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인조잔디에서 발암 가능성이 있는 화학물질이 검출

머스크 AI기업, 멤피스 흑인지역에 무허가 터빈 설치…환경차별 논란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기업 xAI가 미국 멤피스의 흑인 밀집 지역에 무허가 가스 터빈을 설치해 대기오염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직면했다.NAACP(

환경부, 여름철 국립공원 안전관리 강화…'장마·태풍' 대비

환경부가 집중호우와 태풍 등 여름철 재난에 대비해 산사태 위험지역에 대한 탐방로를 통제하는 등 안전 조치를 대폭 강화한다.환경부와 국립공원공

[영상] 태풍이 끌고 온 300㎜ 물폭탄…中 남부 '초토화'

중국 남부가 1호 태풍 우딥 영향으로 쏟아진 폭우로 인해 강이 범람하고 도시가 침수되는 등 쑥대밭이 됐다.18일 중국 광둥성 일대에 태풍 영향으로 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