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복원 위해 나무심는다?..."열대우림, 사람손 안닿으면 20년후 원상회복"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2-13 14:58:16
  • -
  • +
  • 인쇄
90명 참가한 국제연구단의 시뮬레이션 결과
자연재생이 인위적 복구보다 더 큰 회복효과

벌채 등으로 파괴된 열대우림은 20년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스스로 원상회복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바그닝겐대학(Wageningen University)의 로렌스 푸터(Lorens Poorter) 기능생태학 교수를 주축으로 한 국제연구단은 훼손된 열대우림에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지 않아도 약 20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원상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9일(현지시간)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람의 손길로 숲을 조성하는 것보다 자연 스스로 나무를 퍼뜨리면서 회복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오래된 산림 동식물이 새로운 산림조성을 돕는 다차원적 메커니즘에 의한 결과이고, 이는 '2차 천이'로 알려진 자연적 과정이다.

로렌스 푸터 교수는 "자연회복이 사람이 새로운 나무를 심었을 때보다 생물다양성이나 기후변화 완화 및 영양소 회복 측면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면서, 복원용 식재보다 자연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연구는 전세계 90여명의 연구원들이 참여해 열대우림이 어떻게 재성장하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아메리카와 서아프리카 3개 대륙, 77개 지역 및 2275개 토지의 산림복구 데이터를 조사하고 토양, 식물 기능, 생태계 구조, 생물 다양성 등 12가지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 다음 '연대성 토양 연속계(chronosequencing)'라는 기술로 데이터를 모델링해 장기적인 산림회복 추세를 추론했다. 이를 실제 세계에서 확인하려면 100년 이상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농업에 이용됐다가 두어 계절이 지난 다음에 버려지는 열대림 토지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일부 비옥한 토양, 남아있는 나무 및 씨앗, 그루터기를 포함한 기존 숲의 잔재가 영양분이 풍부한 생태계를 만들어 새로운 숲이 자라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만 각각의 부문을 개별적으로 따졌을 때,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는데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산에 따르면 토양은 이전 상태로 회복되는 데 평균 10년, 생물다양성은 60년, 전체 식생 회복까지는 총 120년이 걸린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열대우림은 단 20년만에 이전 상태의 약 78%까지 회복할 수 있다. 푸터 교수는 "이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이라며 "20년은 내가 생각할 수 있고, 내 딸이 생각할 수 있고, 정책 입안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연구의 한계는 있다. 에릭 살라스 센트럴주립대학 지리공간과학 연구원은 "이 결과는 단지 계산에 의한 것이고, 연대성 토양 연속계에 기초한 분석은 모든 장소의 역사가 동일하고 역학이 연속적이라는 것을 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라스 연구원은 "버려진 농경지에서 2차 산림이 어떻게 자연적으로 조성되는지 이해하는 일은 생물다양성 보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향후 기후완화 조치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환경파괴를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앞으로 대책을 마련하는데도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수십년 동안 인류가 미친 환경피해를 되돌리는 일이 아직 늦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푸터 교수는 "숲을 복원하기 위해 나무를 심겠다는 약속들은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심은 나무의 30~50%가 죽는다는 것이다. 그는 2차 산림을 10대 청소년에 비유하며 "2차 산림은 미친듯이 탄소를 흡수한다"며 "2차 산림을 소중히 여기고, 가능한 곳에서 숲이 다시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광복적금부터 기부까지...은행들 독립유공자 후손돕기 나섰다

최고금리 8.15%에 가입만 해도 독립유공자 단체에 815원 기부되는 등 시중은행들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지원에 나서고 있다.8일 KB국민·신

SK이노·카카오·빙그레...광복 80년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에 '한뜻'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독립유공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SK이노베이션은

정부, 사망자 1명만 나와도 공공입찰 제한 추진

정부가 중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공공입찰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국

[최남수의 ESG풍향계] 삼성전자vsTSMC...ESG 성적은?

세계 최상위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최강자이고 TSMC는 파운드리 1위 기업이다. 이들 두 기업은 글로벌 선두권

ESG평가원 "포스코, 계열사 잇단 인명사고...ESG등급 하락 전망"

포스코홀딩스가 비상장 자회사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인명사고로 인해 ESG평가에서 종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잦은 인명사

한전, 2028년 사채발행한도 초과한다..."화석연료 탈피해야"

한국전력공사의 취약한 채무구조가 고착되고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2028년까지 사채발행한도가 초과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기후/환경

+

日 규슈 400mm '물폭탄'…잠기고 무너지고 '아비규환'

11일 일본 규슈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침수와 산사태, 하천 범람 피해가 잇따르며 사망·실종자가 속출했다. 일본기상청은 구마모토현 다

캐나다 1주일째 '활활'...720건 넘는 산불에 '속수무책'

캐나다가 1주일째 대형산불로 신음하고 있다.10일(현지시간) 캐나다산불센터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725건의 산불이 진행중이다. 연방 정부는 군과

튀르키예 규모 6.1 지진...200km 떨어진 이스탄불도 '흔들'

튀르키예 서부 발르케시르 부근에서 10일 오후 7시 53분쯤(현지시간)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이날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에 따르면 지진의

"韓 10대 기업 폭염 책임액 161조원...발전5사가 58% 비중"

지난 13년간 전세계 폭염으로 인한 피해에서 국내 10대 기업들이 차지하는 책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61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161조원 가운데

하늘의 공포 '난기류'...가장 심한 항공 노선은 어디?

기후변화로 난기류가 더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에서 난기류가 가장 심한 항공노선은 193km 거리의 아르헨티나 멘도사-칠레 산티아고 노선인 것으

EU, 해외 탄소크레딧 구매로 탄소감축?..."탄소투자 위축" 비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자문도 거치지 않고 개발도상국 등 해외에서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