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량 좌우하는 꿀벌...살충제 한번이라도 노출되면 개체수 급감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5 12:54:13
  • -
  • +
  • 인쇄
2년 연속 살충제 노출된 꿀벌, 개체수 71% 감소
▲파란색 몸체에 단독생활을 하는 푸른과수원 벌(blue orchard bees) (사진=rawpixel)


단 한번이라도 살충제에 노출된 꿀벌은 이를 회복하는데 여러 세대가 걸리기 때문에 개체수가 급감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꿀벌은 생후 1년차에 살충제에 단 한번이라도 노출되면 번식에 영향을 받고, 살충제 영향이 누적돼 벌 개체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든다. 이런 영향은 '이월 효과(the carryover effect)'라고 알려져 있다.

살충제가 세대를 거쳐 미치는 환경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2년에 걸쳐 현장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일반 꿀벌과 달리 파란색 몸체에 단독생활을 하는 야생수분 매개종 푸른과수원 벌(blue orchard bees)들이 어떻게 살충제에 노출되고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사용된 살충제는 꿀벌에게 매우 유독한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 이미다클로프리드는 생물체 전체에 퍼지는 침투성 살충제로, 벌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방면으로 벌의 행동과 생리학을 저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모든 경우의 수를 알아보기 위해 △유충일때 살충제 한번 노출 △성충일때 살충제 한번 노출 △유충과 성충에게 2년동안 살충제를 총 2회 노출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유충일 때 이미다클로프리드에 노출된 꿀벌은 그렇지 않은 개체에 비해 번식률이 20% 감소했다. 성충일 때 한번 노출된 개체는 번식률이 30% 감소했으며, 두해에 걸쳐 노출된 꿀벌은 그 영향이 누적돼 번식률이 44% 감소했다. 벌집 형성 확률 및 비율, 암수 비율도 고려했을 때, 전체 집단이 2년 연속 살충제에 노출되면 개체수 증감율이 무려 71%까지 떨어졌다.

캘리포니아대학 생태학 박사과정 후보이자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클라라 스툴리그로스는 "살충제는 꿀벌 번식을 감소시키며 과거 또는 이전 세대에서의 노출이 이듬해 성체의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지었다.

살충제가 생물다양성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은 이미 기존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지만, 장기적으로 살충제가 곤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농업지를 중심으로 여전히 살충제 사용이 많은 실정이다. 오리건 주립대학 국립농약정보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미다클로프리드가 포함된 제품이 40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비슷하게 꿀벌에게 매우 유독한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의 경우, 유럽연합(EU)에서 사용금지됐지만 여전히 생산이 가능해 매년 대량으로 수출되고 있다.

스툴리그로스는 "특히 농업지역에서 살충제가 1년에 여러 번, 여러 해에 걸쳐 자주 사용된다"며 "이는 꿀벌 개체수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라르스 치트카 퀸메리대학 생태학교수는 "그 효과는 누적되고, 몇 년간 살충제를 쓰면 꿀벌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며 "이 연구는 2022년 살충제 사용이 금지되더라도, 2021년 사용한 살충제의 부작용이 여전히 나타날 것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올해 성장해 내년 작물을 수분시킬 준비를 하는 유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우리금융, 글로벌 ESG 투자지수 'FTSE4Good' 편입

우리금융그룹이 글로벌 ESG 투자 지수인 'FTSE4Good'에 신규 편입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지수 편입을 통해 우리금융은 글로벌 투자자와 소통을 더욱 강

기후/환경

+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플라스틱 펠릿으로 뒤덮인 바다...침몰 선박에서 7만자루가 '와르르'

침몰된 선박에서 유출된 플라스틱 알갱이(펠릿)들이 해안가로 밀려오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라이베리아 국적의 컨테이

극과극 날씨 패턴...중부는 '물폭탄' 남부는 '찜통더위'

13일 우리나라 날씨가 극과극 상황을 맞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호우특보가 발령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반면 남부지방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북극이 스스로 지구온난화를 늦춘다?..."기후냉각 성분이 방출"

북극에서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자연적 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북극은 온난화 속도가 중위도보다 3~4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 다시 찾아온 장마...이틀간 수도권 최대 200㎜ '물폭탄'

13~14일 이틀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겠다.남쪽에서 북태평양고기압과 제11호 태풍 '버들'이 밀어올리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쪽에서

경기도, 호우 대비 13일 오전 6시 '비상1단계' 발령

13일 오전부터 14일 오후까지 경기도 전역으로 낙뢰와 돌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기도는 13일 오전 6시부로 재난안전대책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