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규제로 불확실, 글로벌 서비스부터 준비
#지난 4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의 결정판이라며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 '리니지W'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게임은 첫날 역대 최고 매출을 올리며 9일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출시 당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9% 이상 하락하며 6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11일 엔씨소프트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적용한 게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작의 성공에도 부진하던 주가는 바로 반응했다.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6년전인 2015년 1월28일 이후 처음으로 상한가까지 올랐다. 전년보다 감소한 매출과 영업이익도 NFT에 의한 주가 상승을 막지 못했다.
게임업계에 NFT 열풍이 불고 있다. 위메이드가 NFT를 접목시킨 '미르4'로 글로벌 흥행을 거두며 너도나도 NFT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NFT를 도입하겠다는 발표만 해도 주가가 오르는 등 과열 우려가 나올 정도다.
NFT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토큰 1개당 가치와 가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예술작품, 게임 아이템, 가상세계 아바타 등에 활용할 수 있다. NFT 게임을 사용자 입장에서 쉽게 말하면 게임내 아이템이나 자산을 토큰으로 바꾸고, 해당 토큰을 지정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나 현금 등으로 바꿀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돈도 버는 개념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게임으로 불린다.
앞서 말했든 국내 NFT 게임의 선두주자는 위메이드다. '미르4'는 게임 내 재화인 '흑철'을 채굴해 '드레이코'라는 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 드레이코는 위메이드의 가상화폐인 위믹스와 교환 가능하며, 위믹스는 가상화페 거래소인 빗썸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미르4는 이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12일 현재 동시접속자 130만명을 넘는 등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다만 미르4 국내 버전은 플레이 투 언이 불가능하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사행성 등을 이유로 등급을 주지 않기 때문에 위메이드는 국내 서비스에서는 NFT 관련 기능을 뺐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2022년까지 자사의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에 100개의 게임을 등록하겠다"며 "이를 통해 자체 암호화폐 '위믹스' 코인을 글로벌 게임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 NFT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면서 "어느 게임에 적용될 것인지는 말씀을 안드려도 잘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다. 넷마블도 블록체인과 NFT를 적용한 게임을 개발중으로 내년초 구체적인 라인업을 소개할 예정이다. 게임빌 역시 게임 전문 플랫폼인 '하이브'에 블록체인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탑재하고, 자체 토큰도 발행할 예정이다. 펄어비스, 선데이토즈, 게임빌, 웹젠, 네오위즈 등도 연이어 NFT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다만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넥슨은 관련 서비스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게임업종 대장주인 크래프톤은 "NFT에 대해 관심있게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게임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라고 다소 다른 입장을 취했다.
해외에서는 '플레이 투 언' 게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엑시 인피니티'의 경우 '돈버는 게임'으로 알려지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 게임으로 공과금을 내고 빚을 갚는 사람들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규제 때문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을 우려로 게임에 등급을 내주지 않고 있다. "우연적인 게임 진행의 결과를 통해 획득한 NFT를 자유로운 거래행위를 통해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등급분류 거부의 사유다. 위메이드가 미르4의 국내 서비스에서 NFT 시스템을 제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일단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홍 CFO는 "규제로 인해 다른 회사들도 해외 출시로 시작하고 있다"며 "이같은 맥락에서 초기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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