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 탄소대신 메탄감축 합의?...이중성 드러내고 뒷말만 무성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11-03 14: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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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개국 정상들 한데 모였지만 이해관계 크게 엇갈려
산림보호와 메탄 감축만 합의...약자·약소국 배려없어
1일~2일 양일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한 지구 상승온도를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2030년까지 메탄 배출도 30% 감축하자는 합의만 도출하고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탄소중립 시점을 전세계가 합의하지 못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린 탓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은 '2050 탄소중립'에 이해를 같이 했지만, 탄소배출량이 많은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이 이에 크게 반발해 회의에 불참하면서 합의는 끝내 불발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산림파괴를 막기 위한 '산림·토지 이용선언'(Declaration on Forest and Land Use)에만 합의했다. 여기는 우리나라를 비롯 105개국이 참여했다.

사실 이번 COP26 특별정상회의는 일찍부터 전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지금 이대로 탄소를 배출하면 2040년에 이르면 지구의 온도가 1.5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시기를 앞당길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COP26 특별정상회의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나면서 뒷말도 무성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회의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정상들은 기차가 아니라 탄소배출이 많은 비행기로 영국에 입국하면서 기후회의에 참석하는 정상들의 태도도 도마위에 올랐다. 행사 개최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기후위기를 막는 회담장에 탄소발생의 주범인 비행기를 타고 나타나 비난을 받았다.

카린 알하라르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은 회담장 입구가 스스로 휠체어로 이동할 수 없는 것을 알고, 항의의 뜻으로 되돌아가 버리기도 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을 위기에 놓은 작은 섬나라들은 "우리를 폭격하라"며 각국의 미진한 대응을 격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 말로만 기후위기?···비행기 탄 존슨 총리 '뭇매'
▲COP26에서 연설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용기 논란'으로 곤혹을 치렸다. 존슨 총리는 "지구 종말까지 얼마남지 않았고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후손이 대응하기에 이미 늦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앞선 G20 정상회의에서도 존슨 총리는 "이번 G20 선언은 급속히 뜨거워지는 바다에 떨어지는 물방울에 불과하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열띤 목소리를 낸 존슨 총리가 정작 전용기를 타고 글래스고로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로만 기후위기를 외치고 행동으로는 실천하지 않는 그린워싱의 전형"이라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물론 존슨 총리 외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많은 정상들이 전용기를 타고 참석했다.

그런데 존슨 총리는 글래스고에서 런던으로 돌아갈 때도 전용기를 이용해 빈축을 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존슨 총리는 개발도상국 앞에서 행동없는 말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정작 본인은 글래스고에서 런던까지 기차로 4시간 반을 이동하는 대신 비행기를 탔다"고 꼬집었다.


◇ 휠체어 탄 사람에게 회담장까지 걸어오라?
▲회담장에서 발길을 돌리는 카린 알하라르 이스라엘 장관(사진=연합뉴스)


COP26 회담장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린 알하라르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은 COP26 회담장 입구까지 왔다가 발길을 돌렸다.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알하라르 장관은 휠체어로만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주최측이 장관이 타고온 차량에 대해 2시간 가까이 행사장 접근을 허가하지 않았다. 휠체어로만 이동할 수 있는 사람에게 셔틀버스를 타고 오거나 걸어오라고 한 것이다. 알하라르 장관측은 "셔틀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어서 휠체어로 탈 수가 없었다"면서 "결국 장관은 숙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알하라르 장관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나는 이곳에 목표를 가지고 왔지만 이를 말하지도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알하라르 장관의 소속 정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대표는 "장애인을 돌보지 않는 상태로 미래,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항의했다.


◇ 침수위기 놓은 섬나라들의 절규
▲수랑겔 휩스 주니어 팔라우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기에 처한 섬나라들은 "기후위기는 우리나라 존립이 걸린 문제"라며 각국 정상들에게 기후변화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수랑겔 휩스 주니어 팔라우 대통령은 "이럴거면 차라리 우리나라를 폭격하라"고 일갈했다. 그는 팔라우의 전래동화를 인용해 기후위기가 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설하면서 "느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에는 존엄성이 없다"며 "차라리 우리나라를 폭격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나 스테지 마셜제도 환경특사는 "이 세상 누구도 한 나라가 없어지는 것을 용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셜제도는 인구 6만명의 섬나라로 '국가 생존계획'을 수립한 나라다.

세계은행은 마셜제도를 해수면 상승으로 존립위기에 처하게 될 1순위 국가로 뽑기도 했다. 마셜제도의 국민들은 지금도 이상기후로 고통받고 있다. 스테지 특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부유한 국가들이 기후위기를 일으켰고 그 국가들이 기후위기를 막을 자원을 가지고 있다"며 선진국의 대응을 촉구했다.

다른 나라들도 선진국들의 미지근한 대응을 비판했다.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이전부터 하던 이야기를 또 하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COP26에서 무언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다"며 회담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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