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담그는 배추와 브로콜리가 같은 조상이라고?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08-05 16:55:44
  • -
  • +
  • 인쇄
美미주리대 연구팀, 야생 브라시카 DNA 분석
"다양한 품종개발 가능...야생 종자 보존시급"
▲브라시카 올레라케아에 속하는 브로콜리


김치의 재료인 배추와 브로콜리, 유채 등은 모두 '브라시카'(Brassica) 식물품종에서 자연적으로 분화됐고, 브라시카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아 등이 닥쳤을 때 중요한 식량자원이 될만큼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하므로 하루빨리 원산지 야생종자를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미주리대학의 진화생물학자 크리스 피레스 박사연구팀은 전세계에 서식하는 야생 브라시카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최근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이번 연구는 브라시카가 수세기에 걸쳐 어떻게 수많은 품종으로 분화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배추속 식물을 총칭하는 '브라시카'는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해 전세계 시장규모가 연간 14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고 있는 채소들이다. 브라시카는 오랜시간에 걸쳐 다양한 종류로 분화돼 왔다. 카놀라유의 원료가 되는 유채는 '브라시카 나푸스'(Brassica napus)에 속하고, 순무와 청경채, 배추는 '브라시카 라파'(Brassica rapa)에 속한다. 또 브로콜리, 꽃양배추, 콜라드, 케일, 새싹양배추 등은 '브라시카 올레라케아'(Brassica oleracea)에 속한다. 

서식지도 아메리카 대륙부터 극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해안 초원, 길가, 농경지 등 세계 곳곳에서 자라고 있을만큼 넓다. 이처럼 서식기가 넓고 분화종이 많다보니 브라시카는 '식물계의 반려견'으로 불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다양성으로 브라시카의 기원을 찾기 어려웠다. 한 세기가 넘도록 과학자들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 식용식물들의 기원을 찾지 못했다. 대다수는 브라시카가 서유럽과 동아시아, 그 사이의 지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거나 추측했다.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의 유전학자 마켄지 매브리 박사는 "브라시카는 공부하기 어려운 식물로 악명이 높다"면서 "브라시카가 꽃가루를 서로 나누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야생에서 자라는 브라시카는 대개 여러 조상을 둔 잡종이라는 의미다.

이에 연구팀은 전세계 종자은행과 종묘 채집을 통해 종자를 수집했다. 브롱크스에 위치한 뉴욕 식물원의 식물학자 알렉스 맥알베이 박사가 주도한 팀은 현대 유전체학 기술을 이용해 400개 이상의 브라시카 라파 표본의 유전체 일부를 염기서열화했다. 그리고 환경 모델링을 통해 브라시카의 자생지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한 언어학자와 고고학자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순무 및 다른 브라시카 작물에 대한 고대 문헌의 언급과 유적지의 발견품 등의 증거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브라시카 라파'의 원산지가 힌두쿠시 지역(파키스탄과 타지키스탄 국경 근처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브라시카 올레라케아'는 200여종의 표본이 그리스와 터키 사이에 있는 에게해 주변의 섬들을 원산지로 강하게 지목하고 있었다. 유채가 속한 브라시카 나푸스는 라파와 올레라케아의 교배종이었다. 또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최초로 재배된 채소는 약 3500년~6000년전 순무였다. 이후 다채, 청경채, 브로콜리라브 등 잎이 무성한 품종과 기름에 쓰이는 순무채, 인도 요리에 사용되는 사르손 겨자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뉴욕대학의 생물학자 마이클 푸루가난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브라시카 개체군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분석한 사례"라며 "연구진은 적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기 위해 좀더 지능적으로 접근하는 기초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이번 연구를 확인하기 위해 원산지에서 채취한 식물들을 더 많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원산지에서 자란 야생 브라시카가 상업용으로 재배되는 같은 종의 브라시카보다 유전적 다양성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발견했다. 이는 기후변화에 강하고 탄력적인 품종을 개발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연구팀은 원산지를 보호하는 한편 원산지의 품종을 수집,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멸종되기 전에 새로 확인된 브라시카 원산지에서 종자를 수집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브라시카를 비롯한 옥수수, 밀 등 세계 주요 식량들이 폭염과 가뭄 등으로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브라시카 품종은 특히 더위에 취약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작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더위와 추위에 모두 취약하고,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카놀라유의 원재료인 유채는 유전적 다양성이 없어 기후 복원력이 취약하다. 이미 더위와 가뭄, 홍수 등으로 일부 지역의 농작물들은 수확을 망치고 있고, 기아 인구는 수십 년 만에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연구진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브라시카 품종이 타격을 입지 않도록 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맥알베이 박사는 "원산지가 힌두쿠시인 브라시카 라파 종자는 온난화로 인해 작물이 산비탈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 종자는 세계 종자은행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브라시카 라파 연구를 공동 저술한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의 민족 식물학자 이브 엠슈윌러 박사는 "우리는 모든 작물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면서 "작물의 모든 품종, 그 안에 있는 대립유전자와 유전자의 다양성 그리고 야생 동류 품종들이 멸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브라시카 올레라케아 연구팀은 코비드19 대유행이 끝나기 전에 종자 채취를 위해 크레타 및 키프로스와 같은 지중해 섬을 여행할 계획을 세웠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분자생물학과 진화학(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기후/환경

+

산불 휩쓴 산청...600㎜ 넘는 물폭탄에 곳곳 산사태

올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산청군에 이번에 6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산불로 회복되지 못한 산림이 폭우에 깎여 곳곳에 산사태가 발

농경지 1만3000ha 침수 피해…'극한호우'에 밥상물가도 '비상'

한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지는 '극한호우'로 전국의 농경지 1만3000헥타르(ha)가 침수되면서 농산물 가격폭등이 예상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브라질 의회 '환경허가 완화법' 의결..."환경규제 사실상 붕괴"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브라질에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환경허가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

경기도민 절반 '장마철 피해대처 방법' 모른다...소득별 정보격차 커

경기도민의 절반은 장마철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저소득층의 재해대응 인지도는 고소득층보다 25.

美 재생에너지 심사는 '깐깐하게' 석탄재 정화규제는 '느슨하게'

미국 정부가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는 강화하면서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유독성 석탄재의 정화 시한은 늦추기로 하는 등 재

역대급 '극한호우'...왜 충청과 남부에 비구름대 몰리나?

지난 16일부터 충청권과 남부지역을 강타하고 인명피해까지 낸 폭우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심화된 '대기의 강'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18일 기상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