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백년전 그 길을 따라...가을이 내려앉은 서촌 골목길

김민우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0:22:03
  • -
  • +
  • 인쇄
도심 속 옛길 그대로 간직한 '통의동과 체부동'의 풍경
▲ [뉴스,트리]백년의 가을을 담은 골목, 서촌을 가다


경복궁 서쪽에 위치해 옛 한옥과 다양한 역사가 남아있는 마을 서촌. 그 중에서도 통의동과 체부동은 골목 안 곳곳에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찬바람 부는 늦가을, 뉴스;트리가 서촌 골목 가을 풍경을 찾아가봤다.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영추문 맞은편에 위치한 통의동을 만날 수 있다. 마을을 찾아 길을 건너면 바로 오래된 여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1936년 들어선 '보안여관'은 2004년까지 운영된 통의동 대표 여관이었다. 특히 이곳은 김동인·서정주 등 많은 문인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그 시절 문화예술 집합소 역할을 해왔단다. 지금은 여관에서 문화행사 공간으로 탈바꿈해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세월이 묻은 외관만은 그대로 남아있다.

보안여관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차는 닿을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 곳곳에 숨어있는 한옥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곁, 한옥 사이에 조용히 자리한 나무들은 골목에도 가을이 지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서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골목을 걷다보면 조용히 품어온 오래전 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던 백송나무 터가 바로 그것인데, 1990년 태풍에 넘어지면서 고사돼, 지금은 그 흔적만을 만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마을주민들은 죽은 백송을 없애지 않았다. 나무밑동 만은 남겨 소중한 기억은 살려냈고, 새 백송을 심어 마을의 상징 역시 이어가고 있다.

통의동에서 길을 하나 더 건너면 체부동을 만난다. 체부동은 주로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로 알려져 있는데, 그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의외의 역사를 발견하게 된다. 먼저, 1931년 마을에 들어선 체부동 성결교회를 만난다. 백년 가까이 골목을 지켜온 이 교회는 서촌이 점차 상업화되고, 마을주민들이 떠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다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서울시 우수건축자산으로 선정되면서 골목에 남을 수 있었고, 지금은 서울미래유산이자, 생활문화센터로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체부동은 무엇보다 골목 그 자체가 특별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09년 실시한 경복궁 서측 실측조사에 따르면, 체부동 골목은 백여 년 전 조선 후기의 길과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골목 곳곳에 남은 한옥에 이르는 길 대부분이 19세기 무렵 형성된 모습 그대로라는 의미다. 모퉁이 돌아 만나는 감나무와 단풍나무, 작게 자란 풀들까지 어쩌면 그 옛날 조선시대 사람들이 즐겼을 풍경일지 모른다.

이에 실측조사에 직접 참여한 건축가 조정구 구가도시건축사무소장은 “골목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집을 새로 짓거나 고친 것이기 때문에 (체부동) 골목에 시간이 쌓여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늦가을 풍경을 느껴보기 위해 걸어온 서촌 골목은 가을 정취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만든 분위기까지 품어내고 있다. 이번 주말 서촌에서 지난 100년의 가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체부동 일대 골목은 19세기 골목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