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위로 목표 설정하면 어디가 기준인 거냐"
NDC를 관장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날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2018년 대비 50~60% △ 53~60% 감축안 등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산업계, 법조계, 학계가 저마다 주장을 달리하며 첨예하게 입장이 갈렸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정부의 두 가지안에 대해 고용감소, 산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주요국들은 60% 이상 감축을 제시했고,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2035년까지 61% 감축이 현실적이라고 하는데 정부는 최악과 차악을 선택지로 남겼다"며 비판했다.
게다가 상한선과 하한선의 범위로 설정된 감축목표는 되레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초 제시된 4가지 안은 모두 단일목표였는데 정부가 갑자기를 이 목표를 '범위'로 바꿔서 제시한 것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절충안이라고 내놓았을지 몰라도 이는 국가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갈등기피 방식으로 대처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들 "헌재 결정·국제기준 못미쳐…위헌적 안"
최소 61% 이상의 감축을 주장해왔던 기후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정부가 제시한 안은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수준에 못미친다는 보고 있다.
은승채 빅웨이브 활동가는 "정부의 목표는 국제기준인 60%, 미래세대 요구인 65%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책임있는 감축목표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점이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는 "대국민 공청회라면서 국민은 어디에 있나"라며 "실제로는 일정과 장소만 공개됐을 뿐, 내용은 급조된 구성으로 졸속 추진됐다"고 비꼬았다.
김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전환에 따른 노동자 일자리 감소가 온실가스 감축을 미루는 핑계가 돼선 안된다"며 "노동 전환 대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민 변호사(플랜1.5)는 "2035 NDC 정부안은 헌법재판소가 우려한 위헌적 상황이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며 "53%와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시된 정부안은 국제기준에도 근거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날 플랜1.5·빅웨이브·여성환경연대·민주노총 등 시민사회 패널들은 공동발언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안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기준인 '국제기준 부합·미래세대 부담 전가 금지·과학적 근거 확보'에 어긋난다"며 "하한선 기준만 남긴 위헌적 구조"라고 주장했다.
◇ 산업계 "현실적 한계 무시···비용·기술 고려해야"
산업계도 난리가 났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기후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기술작업반이 마련한 시나리오 중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인 안이 48% 감축이었다"며 "가장 과학적으로 검토된 안이 산업계 요구안이라는 이유로 약한 안으로 취급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탄소감축은 비용문제와 직결된다"며 "2025년 유럽의 철강기업이 높은 전력비용과 수소 비용 불확실성으로 수소환원제철을 중단한 사례처럼, 산업계의 탄소감축에는 막대한 부담이 따른다. 기술개발 못지않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욱 한국철강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48% 감축도 산업계 감축 여력을 뛰어넘는다"며 "50~60% 목표는 기술적 수단이 불명확해 판단이 어렵다.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일자리 감소·지역경제 침체·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학계 "합헌성 요건·선형감축 충족해야"
법조계와 학계는 정부가 제시한 목표안이 하한과 상한의 범위로 설정한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되레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헌법재판소 판결이 요구한 합헌성 요건을 충족하려면 2035 NDC는 최소한 선형감축 경로를 따라야 한다"며 50~60%안은 위로 볼록한 형태로, 헌재 요구를 충족하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한은 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고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며 "상한을 넘겨 감축했을 때 법 위반이 되는가라는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규진 아주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내세운 '실현가능한 책임있는 감축'이라는 표현은 법적근거가 없다"며 "탄소중립기본법의 기본원칙은 미래세대의 생존보장을 위해 현재 세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범위형 NDC 설정은 배출권 거래제 기준을 불분명하게 만들어 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범위형은 혼선 초래···단일 목표로 보완해야"
이성조 국회기후변화포럼 사무처장은 "50·53%~60%로 설정할 경우 상향선인 60%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하게 되고, 달성 실패시 불용 예산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범위형 설정은 정부 내 정책 혼선을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제4조 11항에 따라 기존 NDC를 상향 조정할 수 있는 만큼, 단일 목표 형태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성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안은 국제사회 기여, 미래세대 책임, 과학적 근거 측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대통령이 말한 '책임감 있는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공청회 패널들은 한목소리로 "하한선 중심의 범위형 NDC는 구속력이 약하다"고 짚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안이 헌재 기준과 국제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했고, 산업계는 "기술·비용 여력 현실을 무시한 목표"라며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법적 정합성과 예산 편성 측면에서 범위형은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며 "단일 목표로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다음주 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를 거쳐 하한 단일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확정된 안은 이달 10일 브라질 벨렘에서 개막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공식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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