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산불 연기로 인한 사망자가 2050년까지 19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미국에서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 발생 빈도가 늘면서 연기 노출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2050년까지 누적으로 19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누적 40만명인데 앞으로 25년동안 150만명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간 약 7만여명이 연기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셈이다.
기후변화는 산불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기간 가뭄에 시달리면 초목이 마르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대형 산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지난 8월 스페인·포르투갈에서 발생한 산불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5월 의성과 안동에서 발상한 산불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산불 연기는 초미세먼지(PM2.5)를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치명적이다. 특히 호흡기 관련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산불 연기를 흡입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연구진은 2006~2019년 미국 전역의 사망 통계와 대기 중 연기 농도, 풍향, 기후모델 등을 결합해 산불 연기 노출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일반적인 대기오염과 달리 산불 연기 속 미세먼지는 다양한 독성 화학물질을 포함하는데, 연구 결과 한 차례 노출이 최대 3년 뒤까지 건강 악화를 일으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최근 15년간 산불 연기로 인한 피해상황을 분석한 후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탄소배출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이어질 때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산불 빈도는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연기 발생량도 늘면서 관련 인명 피해가 73%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연구팀은 산불 연기로 인한 인명 피해가 보건 문제를 넘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연기로 인해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2050년까지 연간 6080억달러(약 845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온열질환 사망, 농업 손실, 폭풍 피해 등 기후변화 관련 피해를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다.
연구를 이끈 마샬 버크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숨겨진 위협'인 산불 연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며 "산불 관련 정책 입안자들은 이 문제를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사용되는 기후영향 평가모델 대부분이 산불 연기와 그로 인한 피해를 반영하지 않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산불이 주로 서부 지역에서 발생해 피해를 낳지만 산불 연기는 바람을 타고 동부까지 퍼져 미국 전체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논문에 따르면 대규모 산불이 잦은 캘리포니아, 워싱턴주 외에도 뉴욕, 텍사스, 펜실베니아 등 인구 밀집도가 높은 내륙 지역에서도 사망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산불 연기 피해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임산부, 어린이, 천식 환자 등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동의 부담'"이라며 "공기 청정 시설 개선과 산불 예방 등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9월 18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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