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들이 바이오매스 발전을 '가짜 재생에너지'로 규정하며 정부의 바이오매스 REC 가중치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기후솔루션 등 14개 기후환경·시민단체들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오매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제도는 바이오매스를 신재생에너지로 둔갑시켜 석탄과 혼소하거나 멀쩡한 원목을 태워도 보조금이 지급되는 현 제도는 명백한 그린워싱”이라며 가중치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바이오매스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현행제도는 석탄과 혼소하거나, 멀쩡한 원목을 태워도 보조금이 지급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탄소감축 효과는 없고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했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수단 중 하나로, 잔가지나 재선충피해목, 산불 피해목 등을 활용해 우드펠릿(칩 형태)을 제조하고, 발전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REC는 발전사가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했음을 인증하는 증서로, 친환경성이 높은 자원을 장려하기 위해 'REC 가중치'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중치 조정은 업계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바이오매스를 계속 지원한다면 탄소중립과 생태계 보전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산업통상자원부의 대규모 바이오매스 발전소 대상 REC 가중치를 2030년까지 전면 일몰 ▲산림청의 바이오매스 확대 중심의 산림 정책 방향을 재설정, 생산 목표를 철회 ▲환경부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바이오매스 제외, 투명한 배출량 공개 ▲정부의 바이오매스 발전 생태계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포괄적인 로드맵 수립을 요구했다.
강릉시민행동 홍진원 운영위원장은 "한국남동발전은 설계수명이 다해 폐쇄했어야 마땅한 영동화력발전소에 석탄 대신 나무를 태우면 친환경이라는 발상으로 연료를 바꿔 가동을 계속했다"며 "바이오매스 발전은 오히려 석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목재 생산을 위한 산림파괴로 ‘가짜 재생에너지’라는 비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주민의 삶과 건강을 지키고, 온실가스 감축, 주민 피해 해소, 일자리 전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의로운 전환 시나리오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산불 피해목 활용 문제를 지적하며 "수천억 원의 예산이 긴급 벌채 후 바이오매스 연료로 쓰이며 발전사 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는 피해자 지원이 아닌 숲을 태우는 사업 지원"이라며, "바이오매스 REC 가중치는 탈석탄을 지연시키고 태양광·풍력 보급을 가로막는 제도"라고 규탄했다. 그는 숲을 '탄소 통조림'으로만 보는 정책을 비판하며 REC 폐지와 태양광·풍력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같은 장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바이오매스 발전의 대전환' 토론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바이오매스가 석탄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도 보조금을 받아온 대표적 제도 왜곡 사례"라며 "숲을 탄소 저장고로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한규 의원은 국내산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가 멀쩡한 원목까지 대량 연료화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신속한 제도 개선과 감축 로드맵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대림 의원은 "2050년까지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생산량을 연간 300만 톤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현재 계획은 국내 목재 사용량의 절반을 발전 연료로 소모할 수 있다"며"우리 숲을 '연료 창고'로 취급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의 최후 보루를 허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프린스턴대학교 수석연구원인 티모시 서칭저 박사는 국제 연구결과를 인용해 "바이오매스는 석탄보다 최대 1.5배, 천연가스보다 약 4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으며, 이는 결코 탄소중립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오매스 연소로 배출된 탄소가 숲을 통해 다시 흡수되기까지는 최소 수십 년에서 최대 100년 이상 걸리며, 이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의 산림이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목재 연소 자체를 탄소중립으로 만들지는 않는다"며 "숲이 다시 자랄 수 있도록 벌목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자연기반 기후해법”이라고 말했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산림팀장은 "정부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추진하지만 실제로는 모두베기 방식으로 건강한 산림까지 대량 벌채해 연료로 공급한다"며, 미이용 바이오매스 수집 건수의 절반 이상은 사실 바이오매스 생산이 주목적인 벌채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부가 지난해 발표한 REC 개편안도 발전 업계 반발로 8개월째 시행이 밀리고 있다"며 "대형 화력발전소에 발급되는 모든 산림바이오매스 REC를 즉시 일몰을 시작하고 산림청도 미이용 바이오매스 확대 정책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태영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캐나다와 유럽 사례를 언급하며 "바이오매스는 단순 부산물이 아니라 숲 전체를 태우는 방식이고, 석탄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영 경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경남 거제, 강원 인제 등지의 사례를 들어 '미이용'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전면 벌목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건강한 숲이 땔감으로 전환되며 생태계와 지역사회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한국일보 기자는 "2023년 울진 산불 피해목 90%가량 발전사로 납품되었다며, 이 중에는 가구로 활용 가능한 원목이 다수였다"고 밝혔다.
국회와 시민사회단체는 "이재명 대통령은 2040년 탈석탄과 한반도 생물다양성 복원을 공약한 바 있다"며 "그 공약이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국민주권정부의 기후와 생태계를 지키는 적극적인 바이오매스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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