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 형성을 방해하는 억제제 개발의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 김준곤 교수, 최태수 교수 연구팀이 윌리엄 고다드 3세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응집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억제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질환의 일종으로 뇌세포가 죽고 조직이 상실되면서 지적 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신경세포가 소실되거나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언어구사력·이해력·읽고 쓰는 능력 등에 장애가 발생하며 치매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국내 치매 환자 가운데 70%는 알츠하이머 발병자다.
알츠하이머병의 주 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로, 잘못 접히면 서로 달라붙으면서 독성이 있는 섬유 형태의 덩어리(응집체)를 형성해 병을 유발한다. 최근 이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단백질을 직접 겨냥해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는 약물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분석해 잘못 접힌 구조로 자가조립·응집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펩타이드 억제제를 설계했다.
응집 억제를 위해선 고농도의 펩타이드 응집 억제제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보다 더 많이 존재해야 하며, 안정적인 결합을 위한 구조 변화가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자물쇠와 열쇠처럼 서로 모양이 잘 맞으면 강력한 결합력을 갖게 되지만, 비정형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기존 억제제는 결합력이 약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정형 상태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안정적으로 결합하여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반 평행 베타 평판' 구조의 형성을 유도했다. 그 결과 기존 억제제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응집체 형성이 감소하며 세포 독성이 크게 완화됐다. 또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는 능력과 혈장 내 안정성도 치료와 예방에 활용하기에 적합한 수준으로 나오기도 했다.
김준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규명해 안정적인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며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치료제 개발 연구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독일화학회지'에 지난달 22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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