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상호관세 26%가 부과됐던 우리나라도 한숨을 돌렸다. 특히 '정상 공백'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확보됐다는 점에 안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를 재차 언급하면서 관세 협상이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간담회를 열고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에 대해 "협상을 통해 우리 산업계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가 넘는 보복성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포함한 제3국으로 값싸게 흘러들어와 시장을 교란시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에 26%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기본관세 10%에 추가로 16% 관세가 더해진 것이다. 이 관세는 현지시간으로 8일 오전 0시부터 발효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에 갑자기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에 우리나라도 석달의 시간을 벌었다. 미국의 기본관세 10%는 전세계 동일 적용이기 때문에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산 제품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수출기업들의 일정부분 순손실이 예상된다. 또 자동차, 철강 및 알루미늄 등 품목별로 부과된 25% 관세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부담에 대한 대책마련도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에 125% 관세를 부과하며 갈등이 격해지는 점도 우려할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관세를 부과한 중국에 대해서만 104%였던 상호관세를 125%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에 순응하면 관세를 유예시키주고, 맞대응하면 더 크게 보복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각인시켜준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안하무인식 태도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관세협상을 벌이게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방미 기간동안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재무부, 상무부 등과 협상에 나설 게획이다. 정 본부장은 "미국 상무부 인사들에게 철강과 자동차 관세는 우리 산업 관점에서 매우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빨리 철폐돼야 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측은 그 어떤 확답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을 방위비 문제와 연계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유럽 등 해외에 있는 미군을 감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유럽에 있는 군에 비용을 내지만 많이 보상받지 못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는 무역과 관계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협상 재료의) 일부로 다룰 것"이라며 의중을 드러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테이블에 무역 문제와 더불어 안보까지 곁들이겠다는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에 한미 협상은 안보와 경제, 산업을 아우르는 패키지 협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USTR이 그동안 한국에 줄기차게 요구했던, 축산물 수입제한 해제와 통신시장 등 국가기간산업 개방 등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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