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청난 양의 비를 몰고 오는 '대기의 강' 현상이 재작년 발생한 튀르키예 지진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
8일(현지시간) 톨가 괴륌(Tolga Görüm) 이스탄불공과대학 박사 연구팀은 지진이나 홍수, 산사태 등의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대기의 강' 현상으로 발생한 폭우가 어떻게 더 많은 인명피해를 일으켰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지진을 겪은 지역은 지반이 약화돼 폭우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가정하고 유럽 중기 기상예보센터의 전세계 기후데이터를 분석했다.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에는 지난 2023년 2월 6일 규모 7.8과 7.5의 두 차례의 강력한 지진이 9시간 간격으로 강타하면서 5만9000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다음달인 3월 14~15일 홍해에서 발원한 '대기의 강'이 튀르키예 남부의 타우루스 산맥에 도달했고, 산맥 경사면을 따라 상향 기류가 형성돼 엄청난 폭우를 쏟아부었다. 20년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튀르키예 투트(Tut) 마을은 20시간동안 183mm의 비가 퍼부었다.
이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 기온이 올라가면서 녹은 눈이 토양에 스며들면서 지반이 약해진 상태였다. 연구팀은 흔들림의 강도, 지형의 가파른 정도, 경사면의 위치 등을 분석해, 투트 지역에서 산허리의 전단강도(힘을 받았을 때 미끄러짐에 저항하는 토양과 암석의 능력)가 52~77% 약화됐다고 추정했다.
약해질대로 약해진 지반에 '대기의 강'으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명 이상이 사망했다. 산사태와 홍수 등이 발생하면서 지진 피해복구도 차질을 빚었다. 연구팀은 지진이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나 가을에 발생했다면 복구기간이 '대기의 강' 시기와 겹치지 않아 산사태 위험도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재해가 동시다발 발생하는 경우가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구팀은 40년간의 기후변화로 인해 튀르키예 대기의 강 빈도와 강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추세는 튀르키예를 넘어 전세계 다른 지진 지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괴륌 박사는 "미국 태평양 연안에서는 대기의 강이 흐르는 빈도와 규모가 튀르키예보다 훨씬 높다"며 "특히 남부 캘리포니아주는 지질학적으로 튀르키예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이 유사점은 재난에 취약한 지역사회가 대비 계획을 수립하는 데 튀르키예의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시사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대기 및 지진 위험을 반영한 위험 예측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뮤니케이션 어스 앤 인바이어런먼트 학술지(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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