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기준 어긴 제품에 대해 명령장 발송
미세먼지로 도심 하늘이 희뿌옇던 22일 오후 3시.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이마트 매장 한편에는 설 선물세트가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참치캔, 화장품, 완구류, 주류 등 온갖 종류의 선물세트들이 형형색색 화려한 포장으로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이 매장에 '불필요한 포장재 함께 줄여요'라는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서울특별시와 용산구청,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들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이다. 이들은 이날 과대포장을 점검하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명절에 앞서 매번 이같은 단속을 실시하는 이들을 기자도 이날 동행해 봤다.
점검단은 가장 먼저 '가공식품' 코너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들은 진열된 상품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봤다. 합동점검단의 이정호 한국환경공단 환경포장관리부 과장은 한 커피브랜드 제품을 손에 들어보이며 "이건 단속대상이 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이 과장은 준비해온 쇠자를 꺼내더니 선물세트 포장의 크기를 쟀다. 추가 구성품이 포함돼 있는 종합선물세트인데 포장이 과해 보여 단속에 딱 걸린 것이다. 용산구청 오현정 주무관은 '포장검사 명령서'에 해당 제품의 크기와 세부조건을 작성했다.
이 명령서에는 '명령사항, 세부조건, 포장규격' 등의 항목들이 적혀있다. 과대포장 단속대상이 된 제품들에 대해 포장규격과 세부조건들을 자세히 기입한 명령서는 해당기업으로 보내진다. 이 명령서를 받은 업체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9조제3항에 따라 기한 내에 검사성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단속대상이 되는 과대포장의 기준은 종합선물세트인 경우는 포장공간 비율이 구성품의 25%를 넘는 경우다. 제과류와 신변잡화류, 완구 등 제품의 종류에 따라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포장공간의 비율이 20~35%를 넘으면 안된다. 가공식품과 음료, 주류 등은 10~15%다. 또 제품 포장을 2번 초과하면 '과대포장'으로 단속된다.
점검단은 서둘러 다음 코너로 이동했다. 함께 이동하는 와중에 기자의 눈에 화려하고 커다란 선물세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점검단은 이 선물세트들을 그냥 지나쳤다. 포장이 과해보여 단속대상이 될 줄 알았는데 그냥 지나치길래 기자는 대뜸 "왜 점검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정호 과장은 "미리 검사성적서를 제출하는 상품의 경우에는 점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장품 코너에 도착한 점검단은 선물세트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더니 "화장품 제품 밑에는 종이 포장이거나 텅 빈 공간인가요?"라고 점원에게 물었다. 점원은 "밑에 솜이 깔려있다"면서 "제품 밑에는 해당 화장품과 같이 쓸 수 있는 화장솜들이 깔려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정호 과장은 "포장공간 비율을 줄이기 위해 이런 식으로 추가 구성품을 제품에 포함시켜 판매하고 있다"고 말하며 선물세트 포장의 크기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과대포장 단속기준에 따르면 '인체 및 두발 세정용 제품류'의 경우 포장공간 비율이 15% 이하여야 하는데 해당 제품이 이를 준수했는지 정확하게 보겠다는 것이다.
점검단은 마지막으로 머문 '완구류' 코너에서 비교적 오랜시간 꼼꼼히 점검했다. 과대포장 단속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제품들이 완구류와 주류들이기 때문이다. 이정호 과장은 "완구류의 경우는 점검 과정에서 단속에 많이 걸린다"면서 "단속기준을 적용하기 애매한 제품들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완구류 선물세트는 주로 어린이용이기 때문에 포장은 특히 크고 화려한 편이다. 이에 완구류 업체들은 구성품에 비해 포장을 훨씬 크게 만들어 과대포장으로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포장을 구성품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잡아내기 힘들다고 한다. 단속하는 입장에서는 점검하는 과정이 무척 어렵고 애매할 수 있다.
이날 과대포장으로 합동점검단에 걸린 설 선물세트는 대략 6개 정도다. 용산구청 자원순환팀 오현정 주문관은 "통상 과대포장을 단속하면 7~8건 넘게 적발되는데 오늘은 적은 편"이라며 "예전과 비교하면 명령서 발송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정호 과장도 "매년 과대포장을 조사하고 있는데 적발건수가 정말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도 커지고 기업들도 ESG경영 흐름에 맞춰 포장재를 줄이거나 친환경 포장재도 대체하려는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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