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된 292조원...무엇이 'LA 산불' 키웠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1-14 12:56:48
  • -
  • +
  • 인쇄
▲12일(현지시간) '팰리세이즈 산불'로 파괴된 로스앤젤레스의 주택가 (사진=연합뉴스/AP)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불구덩이로 만든 'LA 산불'의 결정적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됐다. 지난해 5월초 이후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으면서 나무들이 바싹 말라붙어 이번 산불을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현재 LA에서는 여전히 대형 산불 2건이 일주일째 확산 중이다. LA 카운티 서부 해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은 진압률이 14%이며, 동부 내륙의 '이튼 산불'은 33%의 진압률을 보이고 있다. 북부 샌퍼넌도 밸리에서 발생한 '허스트 산불'를 비롯한 나머지 산불들은 모두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입은 경제적 피해는 2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92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규모다. 이 마저도 산불이 완전히 진압되지 않아 앞으로 피해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불타버린 면적도 무려 153.1㎢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4.5㎢)의 34배에 이른다. 605.2㎢에 달하는 서울면적의 4분의 1이 모두 타버렸다. 사망자는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서 8명, 이튼 산불 지역에서 16명이 발생했다. 실종자도 23명이나 된다. 화재로 소실된 건물은 1만2000여채가 넘는다. 지금도 9만2000여명이 대피해 있으며, 8만9000여명이 대피준비 경고를 받았다.

이번 산불이 역사상 가장 피해를 몰고온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주된 원인이다. LA는 지난해 5월 5일 이후 8개월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통상 이 지역은 여름은 고온건조한 날씨를 보이지만 겨울에는 비가 자주 내리는 편이다. 지난 2022년 11월~2023년 3월 사이에 '대기의 강' 현상으로 폭우가 쏟아졌던 지역이었다.

그런데 LA 카운티의 지난 30일간 강수량은 과거 1991∼2020년 30년간의 동기간 평균 대비 25∼50%에 그쳤다. 지역 습도는 10∼20%대로 낮다. 여름의 고온건조한 날씨가 수개월째 이어지다보니 수풀은 모두 말라있는 상태였다. 

'이튼 산불'이 발생한 앤젤레스 국유림의 '이튼 댐' 관측소에서 측정한 3개월여간의 누적 강수량은 고작 2.3㎜에 불과하다. 역대 같은 기간 평균치인 521.5㎜와 비교하면 228분의 1 수준이다. '팰리세이즈 산불'이 발생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빅 록 메사' 관측소에서 측정한 3개월여간의 누적 강수량은 5.08㎜로, 역대 같은 기간 평균치 421.6㎜ 대비 83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일명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가 산불을 급속히 번지게 만들었다. 가을에서 겨울에 이 지역에 부는 '샌타애나'는 시속 80km에서 160km에 달할 정도로 매우 강한 바람이다. 바싹 마른 나무에 매우 강하게 부채질을 한 꼴이다. 그러니 산불이 순식간에 확산될 수밖에 없고, 진화도 쉽지 않다.

문제는 14일~15일(현지시간)에 또다시 '샌타애나'가 불어닥칠 것으로 예보돼 있어, 현재 LA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부터 바람이 강해지고 있으며, 14일(화요일) 오전 4시부터 15일(수요일) 정오까지 일부 지역에서 시속 89∼113㎞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NWS는 13일(현지시간) LA 카운티와 벤투라 카운티에 화재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특별히 위험한 상황"(Particularly Dangerous Situation ; PDS)이라고 강조했다.

LA 소방당국은 '샌타애나' 돌풍이 닥치기전에 산불 진압률을 높이기 위해 바닷물까지 퍼붓고 있지만, 바람 앞에 산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