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 프랑스까지 불참...기후위기 공동대응 균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14 14: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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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협상단도 철수...의장국이 석유 옹호
기후총회 의의 자체에 의문 품는 개발도상국들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프랑스 환경장관 (사진=AFP/연합뉴스)


프랑스가 아제르바이잔과의 갈등으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기후위기 공동대응이라는 국제적 공감대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프랑스 환경장관은 이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COP29 불참을 선언했다. 이는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지난 5월 남태평양에 있는 프랑스령의 누벨칼레도니에서 발생했던 유혈 소요 사태를 언급하면서 프랑스를 자극한데 따른 것이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지역을 언급하면서 이 지역의 인권침해 상황을 지적했던 것이다.

167년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고 있는 누벨칼레도니는 지난 2020년 독립 찬반투표에서 53%가 반대하면서 독립이 부결됐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가 누벨칼레도니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 투표권을 주는 유권자 확대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원주민 카나크족이 이에 크게 반발해 소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원주민 입장에선 투표권을 가진 이주민 비중이 높으면 점점 더 독립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수개월간 지속된 시위과정에서 원주민 3명과 경찰 2명이 사망했다. 

이외에도 알리예프 대통령은 프랑스가 진행했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와 알제리에서의 핵 실험을 언급하며 '신식민주의'가 환경파괴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프랑스 환경장관은 "억압적인 정권인 아제르바이잔이 인권 문제에 대해 프랑스에 훈계하는 것은 아이러니이고 용납할 수 없다"면서 COP29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체결 이후 프랑스가 기후회담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COP29 회담장 분위기는 침울해지고 있다. 회담 시작부터 프랑스가 불참을 선언하고 있고, 같은날 아르헨티나 협상단도 철수하겠다고 나서면서 COP29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협상단은 철수하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선거 유세기간에 "기후위기는 사회주의 거짓말"이라며 파리협정 탈퇴 의사를 밝힌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여기에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도 COP29 회담의 힘을 빼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사람도 주요 장기나 팔다리 없이 숨은 붙어있을 수 있듯, 파리협정도 폐기되지는 않겠지만 불구가 돼버릴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이 대거 후퇴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시나 안사리 이란 환경부 장관은 "미국의 이란에 대한 부당하고 비이성적인 제재가 이란의 녹색경제 전환에 필요한 금융조달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13일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끌 국무부 장관으로 대표적인 대(對)이란 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공식 지명하며 이란에 대한 제재를 되레 강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밖에도 알리예프 대통령은 COP29 기조연설에서 트럼프의 화석연료 확대 정책기조에 편승하듯 "석유·가스는 신의 선물"이라며 의장국 스스로 기후총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렇다보니 COP29 협상장 내에는 기후총회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에 합의한 지난해 COP28 이후 탄소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힘없는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발언하는 사이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서로 사진을 찍으며 이들의 연설 장면은 그저 뒷배경으로 스쳐지나갈 뿐"이라고 비판했다.

라마 총리는 이어 "협상장에서 그저 관행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미사여구만 채워넣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않고 있다"며 "온실가스 주된 배출자이자 오염원인 국가들이 의미있는 행동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계속 모여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반으로 취임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는 전체적인 상황 인식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유누스는 "애당초 과거 식민주의처럼 선진국들이 무한 소비주의로 기후위기를 유발했으면 책임있는 국가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해야지 빈곤국들을 상대로 '협상'이 웬말이냐"며 "어시장에서 가장 좋은 값으로 물고기를 흥정하려는 장사치들처럼 모여드는 꼴이 피해국들 입장에서는 모멸감을 느낄 정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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