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충전시설 사업자가 미등록·미인증 충전기 설치 등을 통해 42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정 수급한 보조금에 대한 환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개 업체가 미등록·미인증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거나 서류위조 등으로 42억3000만원(총 3929대)에 달하는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
2021년에는 447대를 설치해 2억9000만원을, 2022년에는 3482대를 설치해 39억300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원받았다.
전기차 충전시설을 보급해 보조금을 수령하는 업체는 한국환경공단에 등록된 충전기나 인증절차를 거친 충전기를 쓰도록 돼 있다. 하지만 부정 수급이 드러난 6개 업체 중 5개 업체는 미등록·미인증 충전기 2690대를 설치해 2년간 35억 4000만 원의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았다.
전기자동차 완속충전시설 보조사업 지침에 따르면 공단은 충전시설 설치가 완료되면 30일 이내에 직접 현장조사를 완료해야함에도 이를 용역업체에 위탁했다. 미등록·미인증 충전시설을 설치한 5개 업체의 현장조사 모두 용역업체가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미인증 충전기는 전기차 안전 문제와도 직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머지 1개 업체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아파트 대표의 직인을 위조하거나 충전구역 표시 포토샵 위조, 충전용량 위조 등 서류 조작을 통해 1239대를 설치, 6억8000만원을 부정수급했다.
총 6개 업체가 부정 수급한 42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환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단은 이들 업체의 부정수급을 파악하지 못하다 경찰청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받은 뒤에야 인지하게 됐다.
올해 공단은 전기차 충전시설 운영 관리 부실에 대해 환경부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환경부의 공단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단이 2018년 전기차 공공급속충전기 설치 사업 추진 중 충전기를 검수하는 과정에서 하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규격서와 다른 충전기를 납품받아 설치하였고, 공단은 준공 완료보고서에 구매규격서와 일치하는 것으로 준공처리를 했다.
임이자 의원은 "연간 수천억원의 충전시설 보조금을 집행하는 공단이 보조금 관리에 이토록 허술한데, 보조금을 노린 부당업체를 거를 역량을 갖춘 것인지 우려스럽다"며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부정수급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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