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전기자동차 전환에 실패하거나 속도가 늦어지면 약 6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산업연맹(CBI)과 에너지및기후정보연구소(ECIU)는 'Electrifying Growth'(짜릿한 성장)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전기차 전환 정책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시 2035년까지 영국 자동차 산업의 경제적 기여도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영국매체 에디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영국 자동차 산업은 연간 1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해 약 82조4000억원의 총 부가가치(GVA)를 창출하며, 총 55만2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 중 전기차 비중은 전체 자동차 생산의 7%인 7만4700대에 불과하지만, 보고서는 향후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면 경제적 기여도는 물론 고용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24년부터 2035년까지 전기차 전환 속도에 따른 영국 자동차 산업의 네가지 잠재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영국이 2035년 내연차 판매금지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로, 2035년까지 자동차 산업의 GVA가 약 2조8500억원 증가하고, 추가적으로 16만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인 전기차 전환에 실패했을 경우, 자동차 산업의 GVA는 73% 감소하고, 약 60조원의 손실이 나올 수 있다. 또 일자리도 현재의 4분의 3에 달하는 40만4000개가 손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영국에서 생산되는 차량 79%가 수출되는 상황에서 국제 및 국내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넷제로 산업법(NZIA) 등 최근 국제 정세가 전기차 투자와 생산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수준의 자동차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발빠른 전기차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BI는 영국이 전기차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정부와 기업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이미 포드와 재규어랜드로버, BMW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에 선제적으로 약 3조54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3월 영국 수출금융청(UKEF)은 포드에 약 1조원을 지원해 전기차 생산 역량 확장에 도움을 줬다. 또 재규어랜드로버도 정부 지원을 받아 서머싯에 약 7조원 규모의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한편 우리나라도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전기차 전환 계획은 2030년까지 약 30%, 2050년까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주요 수출국들의 규제 일정과 비교하면 다소 느린 편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수출은 국내 주요 산업 중 하나로 해외 규제에 발맞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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