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국 1만1859개 초·중·고교에 순차적으로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학교 온실가스 배출량이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뉴스트리가 에너지 스타트업 이노마드가 제공한 8922개 초·중·고의 전력사용량 38억6237만킬로와트시(kWh)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학교당 전력사용량은 43만2900kWh로 나타났다. 이를 1만1859개 학교에 대입하면 우리나라 초중고 전력사용량은 연간 51억3380만kWh로 나온다. 이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243만7019톤(tCO2eq)에 달한다. 자동차 50만대가 1년동안 내뿜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학제는 초등학교다. 1만1859개 학교 가운데 초등학교가 6167개로 전체의 5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한해 사용한 전력사용량은 통틀어 27억5602만kWh에 달했다. 그러나 학교 단위당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학제는 고등학교로, 학교당 연평균 49만7989kWh를 소비한다. 이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비해 수업시간이 길고 야간자율학습 등으로 인해 학생이 학교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각급 학교의 전기사용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1, 고1부터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 2026년부터는 초등학교 5∼6학년, 중2, 고2에 도입하고, 2027년부터는 중3에 도입해 2028년까지 전국 초중고에 적용할 계획이다.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전력소비량이 증가한다. 이노마드가 디지털교과서를 일부 도입한 초등학교의 전력사용량을 실측한 결과, 도입하기 이전보다 월평균 전기사용량이 6066kWh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도입전 2022년 월평균 4만2764kWh이던 전기사용량은 도입 후인 2023년 월평균 4만8830kWh로 증가한 것이다. 월별로 비교해보면 온열기구 사용으로 전력소비가 늘어나는 12~2월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약 30% 늘었다.
모든 학교에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단순계산으로 소비전력은 약 15억kWh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당장 내년부터 일부 학교에서만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것만으로도 소비전력이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학교의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각급 학교에 떠맡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대해 교육부 차원의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또다른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환경부에 문의해보라"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에너지 절감은 각급 학교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전체적인 움직임을 지휘해야 의미있는 에너지 감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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