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움직이면서 세력을 키운 제10호 태풍 '산산'이 일본 규슈 지역에 상륙하자마자 주택이 날아갈 정도의 강풍과 폭우를 쏟아부으면서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29일 오전 8시 규슈 가고시마현 사쓰마센다이시에 상륙한 '산산'은 자전거 수준의 빠르기인 시속 15㎞ 속도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현재 가고시마현에는 폭풍과 파랑, 해일에 대한 '특별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특별경보는 강력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내려지는 것이다.
수십년에 한번 발령하는 '특별경보'가 내려졌다는 것은 '산산'의 파괴력이 재해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 태풍은 해상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세력이 강하게 발달했다. 또 일본을 느리게 종단할 예정이어서 장시간 강한 바람과 폭풍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현재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다.
'산산'의 중심기압은 935헥토파스칼(hPa), 중심부 최대 풍속은 초속 50m, 최대순간 풍속은 초속 70m다. 풍속이 초속 40m를 넘으면 달리던 트럭이 넘어지고 양철 지붕이 뜯어져 나갈 수 있는 수준인데, 이보다 더 강력한 바람이 몰려오는 것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날 "역대 최강급 태풍으로 발달할 경우, 견고한 건물을 붕괴시킬 만한 위력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산'이 이처럼 몸집을 키울 수 있던 건 태평양 고기압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태평양 고기압에 막힌 산산이 해상에서 제자리를 맴돌면서 수증기와 열량을 흡수해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진행 속도도 더뎌 규모뿐만 아니라 피해도 역대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일본 남부 구마모토현에서는 '산산'이 본토에 상륙하지도 않은 새벽부터 9000여가구가 정전됐다. 오이타현에도 강한 폭우가 쏟아졌다. 일본 기상청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폭풍과 파도, 해일이 예상된다"면서 "하천 범람과 토사붕괴, 저지대 침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산'이 상륙한 일본 남부 지방에서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고시마현 아쿠시마초의 순간풍속은 초속 44.4m에 달했다. 이는 역대 가장 강한 바람세기로 기록됐다. NHK 방송에 따르면 가고시마현과 미야자기현에서 39명이 다치고 160건의 피해 정보가 접수됐다. 또 가고시마에서는 소형선박을 타고 있던 남성이 파도에 바다로 추락하면서 실종됐다.
역대급 호우도 예상된다. 하루동안 적게는 120mm에서 많게는 600mm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산'의 직격탄을 맞은 규슈 남부에서는 총 1000㎜가 넘는 비가 쏟아질 수 있다는 예보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산'의 위력이 역대 최강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위력이 큰만큼 피해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일본 당국은 태풍이 직접 상륙하는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 주민 225명을 대피시켰다. 또 6개 현내에 있는 초·중·고교와 대학교 262곳에 휴교령을 내렸다. 항공과 열차 등 모든 교통운행이 중지됐다. 이에 따라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도 600편 이상이 결항된다. 도요타자동차는 28일~30일까지 14개 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
'산산'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동하면서 제주와 남부 지방에 비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는 30일까지 시간당 20~80mm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또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0m에 달하는 강한 바람도 불겠다. 또 태풍이 불어넣은 동풍으로 인해 서쪽 지역에 불볕 더위와 열대야가 다시 나타나겠다. 다만 '산산'이 일본을 통과한 이후인 31일에는 우리나라에 북풍이 약하게 불어 더위를 누그러뜨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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