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년 사이에 주택보험료가 21% 올랐다. 기후위기가 보험료 상승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9일(현지시간) CNBC는 최근 기후위기로 산불, 폭풍 등으로 인한 주택 피해가 늘자 보험금 지급에 부담을 느낀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온라인 보험 중개업체 폴리시지니어스에 따르면 2021년 5월~2023년 5월 사이에 미국 주택보험료는 35% 올랐고, 2022년 5월~2023년 5월까지 1년동안 21% 상승했다.
지난 2021년 5월~2023년 5월까지 주택보험료가 가장 많이 인상됐던 지역은 플로리다주다. 플로리다주의 주택보험료 인상폭은 무려 68%로, 이는 2022년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언'으로 주택피해가 속출하면서 보험손실액이 500~650억달러에 달했다. 산불이 발생해 주택 200채가 넘게 소실된 뉴멕시코주의 주택보험료도 47% 뛰었다. 이에 비해 대형 기후재난이 비껴간 버몬트주, 위스콘신주는 같은 기간 주택보험료 상승폭이 각각 7%, 14%에 그쳤다.
이처럼 주택보험료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로 기후위기가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기후재난을 미리 예측해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택보험 시장은 일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의 종류와 규모도 다양해지고 있는 데다, 보험사들이 개별 주택소유자의 보험료를 공개하거나 공유하지 않다보니 기후위기로 인한 정확한 피해를 측정하기 어렵다.
주택보험 가입을 아예 받지 않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주택보험회사인 스테이트팜과 올스테이트는 산불 위험 증가를 이유로 올초 주택보험 신규 가입을 전면 중단했다. 특히 초대형 허리케인이 단골로 상륙하는 플로리다 때문에 2021년 이후 9개 보험사가 채무불이행으로 파산했는데 이 가운데 3곳이 플로리다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보험사였다. 플로리다는 '이언' 이전에 2017년 '어마', 2021년 '아이다'도 강타한 지역이다.
주택보험 시장의 불확실성은 미국 부동산 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비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은 보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일부 주택보유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주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보험에 기대기도 하지만, 민간보험사들과 다른 보험통계를 기반으로 운영되다보니 보장범위가 넓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회계법인 KPMG의 스콧 샤피로 미국 보험부문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관련 위험 노출도가 증가하고 있고, 과거 손실을 기반으로 미래 손실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정확한 기상 피해 데이터를 확보해 제대로 된 보험료를 산정하는 게 업계의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