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등 큐텐계열 온라인마켓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당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과 중소 판매자들이 자금난으로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6만여개 판매자 중 상당수가 자금난으로 영업중단 상황에 직면해 있다.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제때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정산대금이 수십억원이 밀려있는 판매업자도 있다.
디지털·가전제품과 같은 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업자와 여행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여행업계가 정산받지 못한 대금은 대략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전체 피해규모는 조단위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현재 소상공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위메프와 티몬 등에서 상품판매를 중지했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판매자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지난달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해 티몬·위메프 주문건은 취소하거나 판매종료 처리했다"며 "미정산금이 1억원에 가까운데 받지 못할까봐 잠이 안온다"고 토로했다.
지난 8일 위메프에서 입점 점주 500여명에게 5월 판매분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플랫폼 고도화 과정에서 일어난 일시적인 전산시스템 장애'라고 해명했다. 이후 새로운 정산일정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으면서 미정산 사태가 촉발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산 지연 사태가 모기업 큐텐의 무리한 인수합병(M&A)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큐텐은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를 약 23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을 끌어썼다는 의혹이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주요 은행들도 판매자들에 대한 선정산 대출을 중단했다. 선정산 대출은 판매자가 은행에서 대금을 선지급받고 정산일에 플랫폼에서 받은 대금으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자금난을 해결하는 주요 수단이다.
유통업계와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중소 판매자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입점 중소 판매자들을 중심으로 단체소송을 위한 동참인원을 모집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티몬과 위메프는 입장문을 내고 "판매자들에게 빠르고 안전한 대금 지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한 '에스크로' 방식의 새로운 정산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정산 시스템은 제3의 금융기관이 판매 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고객들의 구매 확정 승인이 떨어지면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티몬과 위메프가 대금을 직접 관리하며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해 왔다.
미정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판매자들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위메프 본사에 몰려가 밤샘 항의를 진행했다. 이에 25일 자정쯤 위메프의 류화현 공동대표는 모여있는 피해자들에게 "현재 티몬과 위메프를 합친 정산 지연금은 1000억원 정도"라고 밝히며 "큐텐 차원에서 정산대금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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