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와 사법절차를 예고했지만 9000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여전히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의료공백이 더 장기화될 조짐이다.
4일 정부는 이날까지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예고한대로 행정처분·형사고발을 하겠다고 경고하면서 현장점검을 통한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오늘부터 미복귀한 전공의 확인을 위한 현장점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귀한 전공의들은 정상을 참작할 것"이라며 "의료현장으로 조속히 복귀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943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7854명에게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한 바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이 가능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또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받으면 면허취소가 가능하다. 정부는 "구제절차는 없을 것이며, 1심 판결만으로 면허 취소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는 565명으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6%만 돌아왔다.
오히려 정부의 강공에 의사단체와 이탈 전공의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또 소셜서비스(SNS) 등에 의사의 비하 표현인 '의새'를 풍자하기 위해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이미지를 게시하거나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는 '의새 챌린지'가 유행하는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탈 전공의들 사이에선 "처벌이 무서워 복귀할 거였으면 애초에 사직하지도 않았다", "의사 안하면 그만"이라는 반응 일색이다. 정부 처벌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 집단행동 교사 및 방조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SNS에 "소아과 선생 중 한 분은 이런 나라에서 더 살기 싫다며 용접을 배우고 있다"라며 자의로 사직한 전공의들 가운데 생활고를 겪는 이들을 돕겠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만약 전공의들이 면허정지·취소를 포함해 법적처분을 받더라도 개의치 않고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최대 4~5년간 우리나라는 전공의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이번 사태가 종료된 후에도 전공의들이 아예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전향할 수 있어, 의대정원 2000명을 늘리려다 이보다 몇 배 많은 전공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전공의들은 이득을 얻기 위해 파업하는 게 아니어서 정부가 원점으로 돌려도 상당수가 안돌아올 수 있다"며 "이미 뇌관을 건드린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집단행동이 계속될 경우 현장 불편이 커질 것에 대비해 상급종합병원이 응급과 중증 진료 기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추가 채용하거나 교수·전임의가 당직근무를 서는 경우 예비비를 통해 지원할 계획을 밝혔지만 미봉책일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지역대학들은 의과대학 증원 신청을 마지막까지 고심하는 모양새다.
앞서 교육부는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조정을 희망할 경우 오는 4일까지 신청서를 내야 수용할 수 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아직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마감일까지 임시 학무회의 등을 열고 내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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