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이 됐다.
20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 1000명 이상이 이날 오전 6시를 기점으로 업무를 중단했다. 이밖에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6415명도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가운데 25%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가 전날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라는 취지의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지만 전국 1만3000여명에 달하는 전공의 집단행동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병원을 빠져나간 전공의들은 이날 정오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 등 본격적인 '병원밖 행동'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이어지자 수술 연기 등 의료 공백이 본격화됐고,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가 34건 접수됐고, 수술은 25건 취소됐다.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제왕절개 수술 연기를 통보받았다는 사연, 부모님의 목디스크 수술이 무기한 연기됐거나 당장 분만을 앞두고 출산시 무통 주사가 불가하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임산부 등 피해가 쏟아지는 가운데 병원들은 당장의 의료 공백을 피하고자 일정 조정에 바쁜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공지했고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부재로 수술을 절반 이상 감축할 가능성도 고려중이라 밝혔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전공의 집단이탈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수술과 입원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대체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지 등을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가용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응급·위중한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당장은 대체인력 투입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한계에 다다를 전망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상진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3주 정도로, 특히 전공의 비중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은 부담이 더 크다.
정부는 공공병원과 군 병원 등을 총동원하고 비대면 진료 확대를 추진하는 등 의료대란에 대비하는 한편,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KBS 방송에 출연해 "의사분들께서는 집단행동이 아닌 환자 곁을 지키면서 의료 발전을 위한 대화에 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의료계는 이날 밤 11시30분 MBC '100분 토론'에서 처음으로 공개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전국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 제출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5개 의대 대표자들은 정부 정책에 반발해 지난 15일과 16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동맹휴학을 결의했고 전날까지 총 7개 대학에서 1133명이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2만명가량의 의대생 가운데 이에 동참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앞서 지난 18일 전국 의대 가운데 최초로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원광대의 경우 재학생 550여명 가운데 3분의 1인 160여명이 휴학계를 냈지만 지도 교수 설득으로 하루만에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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