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홍수피해 중심..."돌풍도 주목해야"
기후위기로 허리케인의 위력이 갈수록 강력해지자 '메가 허리케인' 등급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국립연구소(LBNL) 마이클 웨너 연구원 주도 연구팀은 최근 10년간 풍속이 86㎧를 넘어가는 '메가 허리케인'이 5건이나 발생했는데 현재 5등급으로 구분돼 있는 허리케인 분류방식으로는 이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상위 범주를 하나 더 늘려 '6등급'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허리케인 등급은 미국의 '사피어-심프슨 열대저기압 등급'(SSHS)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SSHS는 풍속 33~70㎧에 따라 허리케인을 5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는 바람속도가 1초당 70m 이상인 허리케인을 5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 2005년 8월 뉴올리언스주를 비롯해 미국 남동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SSHS 5등급에 속한다. 당시 사망자만 1833명에 달했고, 폭풍해일로 원유 생산시설이 가동을 멈추면서 유가급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7년 9월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해 46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허리케인 '마리아'도 5등급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마리아'는 풍속이 77~78㎧에 달했다. 특히 '마리아'는 21세기들어 카리브해 섬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꼽힌다. 이처럼 최근 10년 사이에 '마리아'와 '카트리나'를 상회하는 초강력 허리케인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풍속이 87㎧에 달하는 태풍 '하이옌'이 발생해 6000여명이 사망했고, 멕시코와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퍼트리샤'의 풍속은 96㎧로 역대 최고였다.
앞으로 허리케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강도가 더 세지고 빈도는 늘어날 전망이다. 바닷물 증발량이 늘어나면서 더 큰 에너지와 수분을 머금은 허리케인이 발생할 확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0년동안 5등급을 부여받은 열대저기압은 197건인데, 이 가운데 절반이 지난 17년 사이에 발생했다.
특히 풍속이 86㎧ 이상으로 초강력 바람을 동반했던 열대저기압 하이옌, 퍼트리샤, 메란티, 고니, 수리개 등은 모두 지난 9년동안에 발생했다. 이에 연구팀은 풍속 86㎧를 기준으로 최상위 등급을 하나 더 추가해 허리케인을 6등급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6㎧ 이상의 열대저기압을 별도로 분류하는 것은 2가지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우선 기후위기로 과거 수준을 아득히 상회하는 '메가 허리케인'의 빈도가 계속해서 늘고 있고, 그 피해규모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70㎧ 이상'의 허리케인에 대해 같은 수준의 대응을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기존 등급분류는 폭우와 홍수피해 측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풍속이 워낙에 빨라지고 있어 강풍이나 돌풍에 의한 피해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웨너 연구원은 "86㎧ 페라리 스포츠카들의 최고속도와 맞먹는다"면서 "아직까지 대서양과 멕시코만 부근에서 6등급의 허리케인이 발생한 적은 없지만 시간문제로 본다"며 "기후위기가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5일(현지시간)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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