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 합의문에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이라는 문구가 빠지면서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1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등 주요 경제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 유럽연합(EU)의 배출권 거래제 선물 계약은 1톤당 66유로 이하로 4% 급락했다. 이는 COP28 개막전 71유로에 비해 5유로 하락한 가격이다. COP28가 개최되기 이전에도 유럽 국가들의 화석연료 비축량을 늘리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점차 하락세를 보였는데, COP28 합의문이 공개되면서 낙폭이 더 커진 것이다.
이에 COP28 회담결과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COP28 합의문에 "205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당초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를 최종안에 넣어야 한다는 요구가 산유국 등의 반발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였다.
이에 금융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은 COP28 합의가 기후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의미있는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얀 친(Yan Qin) 런던증권거래소 수석 탄소시장 애널리스트는 "COP28의 미진한 진전과 국가간 탄소거래 계획에 대한 합의 실패가 가격하락의 원인"이라며 "각국이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기여할 것을 촉구'한 것은 가장 약한 문구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COP28 합의와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은 직접적인 연관성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만 크라마추크(Roman Kramarchuk) S&P 미래에너지 수석애널리스트는 "COP28과 관련된 경제·정책적 변화는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이야기"라며 "탄소배출권 가격하락은 EU 화석연료 확보량, 온화한 날씨, 역내 경제성장 둔화 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이번 COP28 회담을 놓고 "처음으로 화석연료에 대해 논의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반면 "화석연료 퇴출없는 전형적 그린워싱"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제환경법센터 릴리 푸어(Lili Fuhr) 화석연료 경제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번 회담은 화석연료 COP였다"며 "석유회사 대표가 이끄는 화석연료 국가가 주최했지만, 화석연료를 처음으로 대화의 중심에 놓은 아이러니가 있다"고 논평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