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수용성·입지선정 법적 테두리 마련해야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수요를 해상풍력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는 '해상풍력특별법'을 제정해 정부 주도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김상협 위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상풍력 제도 마련을 위한 2023 긴급세미나'에서 "3면이 바다로 해상잠재력이 풍부한 우리나라에서 지난 2022년 해상풍력의 누적설치용량은 전체 신재생에너지 설치량인 26.9GW 중 0.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허가 과정이 보통 복잡한 게 아니고, 바다를 생업으로 삼아온 어민들과의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은 탓"이라며 "원스탑 형태로 일괄처리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조정과 배분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입지를 선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어민들과의 합의도 해야 한다. 인허가를 받는 기간만 68개월이고, 어민과의 마찰 등으로 사업진행이 지연되기 일쑤다. 민간 주도의 사업추진은 이처럼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해상풍력발전이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적합한 입지를 발굴하고 법적 기반하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민과 긴밀히 협의를 거친 뒤 경쟁입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구조여서 사업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다.
백옥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상풍력 계획입지 법체계 구축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해외에서는 해상풍력에 대해 별도의 법을 제정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나라도 해상풍력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 교수는 "해상풍력특별법이 마련되면 하위법령을 통해 주요 쟁점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상풍력특별법이 제정되면 이 법을 근거로 정부가 입지를 선정하고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상풍력사업에 뛰어드는 사업자들도 준공시기와 발전단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과감한 투자로 해상풍력산업을 빠르게 정착시킬 수 있게 된다.
다만 입지를 선정할 때 어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시민참여형 입지선정제도'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욱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어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통영 욕지도 남쪽 해상에 대해 "수심이 40m로 얕아 지주식 풍력설비를 세우기 적합하지만, 동시에 암반이 발달한 황금어장"이라며 "어민들도 재생에너지에 찬성하지만 기업 위주로만 진행하면 갈등이 해소될 수 없기 때문에 공존을 위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욱철 의장도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그는 "해상풍력특별법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지역에 새로운 사업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생산된 전력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사용되는만큼 손실률도 크기 때문에 거리에 따른 요금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해상풍력 사업자들도 바다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요지까지 보내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 발전기업인 RWE의 문고영 한국 법인 대표는 "계통접속을 위한 국가공용망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이 설비를 확충하는 자금을 누가 조달하고 언제까지 준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1년 뒤에나 시행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사업자들이 사전검토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국가공용망 확충계획을 수립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들 역시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보령시 에너지과 문혜경 그린에너지팀장은 "군작전성 평가나 전체 전력요금체계 등 지자체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영역들이 있다"며 "사업이 진행되는 곳에서 주민들과 사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담아지려면 지자체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관련 내용을 추진할 조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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