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세계 화석연료 보조금이 7조달러(약 9300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국제통화기금(IMF)는 화석연료 보조금이 '경제블랙홀'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가 24일(현지시간) 발간한 '2023년 화석연료 보조금 데이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해에만 전세계적으로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산업에 7조달러의 보조금이 집행됐다. 이는 지난 2021년 5조7000억달러(약 7563조원)보다 22.8% 증가한 규모이고,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같은 보조금 규모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1%로, 전세계 교육부문 지출의 2배, 보건부문 지출의 3분의 2에 달하는 금액이다. 1년 내내 분당 1300만달러(약 173억원)씩 화석연료 보조금으로 지급한 셈이다.
올해 역대 가장 더운 7월과 해수온도를 기록했음에도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화석연료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게 조정하는 '명시적 보조금'은 IMF가 지난 2020년 마지막으로 조사했을 때보다 3배 뛴 1조5000억달러(약 1991조원)에 달했다. 나머지 80%는 화석연료로 인한 기후위기 및 대기오염 피해액이 차지했다.
IMF는 이같은 기조가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를 계속 유지시키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피해를 증대시켜 정부 지출을 늘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IMF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하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34% 감축할 수 있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2℃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 매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 160만명의 희생을 줄일 수 있고, 정부의 총세입을 수조달러가량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는 주요 20개국(G20)이 배출하고 있다. IMF의 이안 패리 연구원은 "모든 국가가 화석연료에 편중된 정책을 펼치면 한 국가가 나서서 탄소세를 부과하기 어렵다"며 "각국이 탄소가격 책정을 위한 공조를 넓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세입을 에너지 위기와 기후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취약계층 지원에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 싱크탱크 해외개발연구소(ODI)의 이펙 겐슈 연구원은 "이번 IMF 보고서는 전세계가 악화하는 기후변화 충격을 겪고 있는 시기에 각국 정부들이 계속해서 기록적인 수준의 화석연료 보조금을 쏟아붇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만약 우리가 되돌릴 수 없고 비극적인 기후변화의 결과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도록 하려면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IISD)가 발표한 주요 20개국(G20)의 지난해 석탄, 석유, 가스에 투입한 공적자금 규모는 사상 최대인 1조4000억달러(약 1870조원)에 달했다. IISD에 따르면 지난해 G20국가들은 1조달러의 보조금, 3220억달러의 국영기업 투자, 500억달러의 공공금융기관 대출을 제공했다. 이는 2019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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