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건조해지는 '아프리카 뿔'...기후변화가 수문 순환에 '악영향'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14 15:02:37
  • -
  • +
  • 인쇄


'아프리카의 뿔' 지역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 심각한 가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Utrecht University)와 벨기에 겐트대학교(Ghent University) 등이 주축이 된 국제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는 지구에서 물이 이동하는 방식인 수문 순환에 악영향을 미쳐 열대 지방과 같이 기후가 따뜻하고 한 해의 농업을 우기에 크게 의존하는 지역에서 큰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는 호수 퇴적물에서 재구성한 지난 7만5000년동안의 수문 기후 변동성을 기반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존 기후모델로는 강수량이 기온 상승과 함께 증가해야 한다"며 "그러나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기온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더 빈번한 가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불일치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케냐와 탄자니아에 위치한 찰라 호수의 퇴적물을 분석해 지난 7만5000년동안의 온도와 수분간의 상호 작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진들은 빙하기에는 이 지역의 수분과 온도 사이에 양의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약 1만1700년 전 홀로세가 시작됐을 때부터 수분과 온도가 음의 상관관계를 띤 것이다. 홀로세의 기온은 현재와 비슷했고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50ppm 이상이어서 '기후변화의 미래' 라고도 불린다.  연구진들은 "그 시점에서 온도와 수분의 관계가 바뀌었다"며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습기가 많아지는 대신 건조해졌다"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이것이 일종의 티핑포인트를 넘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알릭스 백스터(Allix Baxter) 위트레흐트대학 지구과학부 교수는 "인위적인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더욱 건조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였다. 

라파엘 카피요(Raphael Kapiyo) 마세노대학(Maseno University)의 환경과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기온과 수분이 함께 작용해 기후를 형성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이 지역에서 기온과 수분의 연관성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의 의미는 우리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는 이미 가뭄의 고통스러운 증가를 목격했으며, 이러한 발견은 상황 악화에 대한 두려움을 강화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약 5000만명과 인근 지역의 1억명이 가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최대 200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과 잠재적 기근에 직면했다.

이는 최근들어 더욱 심해졌다. 2020년 10월부터 4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5년이나 지속된 강수량 부족으로 이 지역은 40년만에 가장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43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즉각적인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18만명의 난민이 소말리아와 남수단을 떠난 '가뭄 난민' 신세가 됐다. 

과학자들은 이런 가뭄은 기후변화 때문이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기상기여도(World Weather Attribution) 소속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농업 가뭄은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적십자 기후센터의 기후고문인 셰이크 케인(Cheikh Kane)은 "취약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과 더불어 극한기후에 대한 적응 투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공식 및 비공식 사회보호 메커니즘, 조기경보 시스템, 효과적인 가뭄관리 등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가 취약성과 갈등, 환경파괴, 비에 의존하는 생계, 빈곤 및 소외를 포함한 취약성의 동인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결과들 두고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아프리카의 뿔이 앞으로 더 건조한 시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라며 "기후모델이 열대지역의 날씨를 예측할 때 땅과 공기가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Journ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기후/환경

+

"2035년 NDC 61.2% 정해야...산업 경쟁력 강화할 기회"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1.2%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5일 국회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성명을 통해 "20

환경부 '낙동강 녹조' 독성조사 착수...공기중 조류독소도 조사

환경부가 환경단체와 함께 낙동강 녹조 조사에 착수한다.환경부는 15일 오후부터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 녹조 심화지역에 대한 조류

국립공원 개구리 산란시기 18일 빨라졌다...기후변화 뚜렷한 징후

국내 서식하는 개구리들이 기후변화로 산란시기가 앞당겨진 것이 확인됐다.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내 산림과 무인도서에서 장기간 생

호주 시드니 3°C 오르면..."온열질환 사망자 450% 급증할 것"

지구 평균기온이 3℃ 상승하면 호주 시드니에서만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450%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15일(현지시간) 호주 기후청과 기후변화

美 온실가스 배출량 '깜깜이 국가' 되나...기업 의무보고 없앤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대형 시설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정책의 핵심자료였던 배출 데이터가 사라질 경

단비에 강릉 저수율 16.3%로 상승...아직 '가뭄의 끝' 아니다

이틀간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 하지만 가뭄이 해갈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15일 강릉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