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에 조기사망자 84만명에 이를수도
미세먼지를 함유한 대기오염이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켜 매년 84만명의 조기사망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 저장대학교 첸홍 교수연구팀은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할 때마다 항생제 내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기오염과 항생제 내성 사이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입증한 첫 연구결과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 효과에 저항해 생존 혹은 증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사람과 가축에게 오남용된 항생제는 체내에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ARB)를 발달시켜 항생제 효과를 떨어뜨리고, 질병이 더 쉽게 퍼지도록 한다. 지난 2019년 항생제 내성으로 숨진 사람이 130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항생제 내성은 심각한 보건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ARB가 항생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인체나 가축의 체내에 머무르지 않고, 물과 토양, 대기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전이될 수 있다는 학계 보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연구팀은 대기오염이 항생제 내성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 머리카락의 30분의 1 크기인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항생제 내성이 1.1% 증가한다. 지난 2018년 이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48만여명에 달했다. 이대로 2050년까지 대기오염에 대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전세계 항생제 내성은 17% 증가하고, 이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84만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오염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혈관질환, 뇌질환,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심각한 보건위협이다. 유럽경제지역(EEA)에 따르면 해마다 유럽에서 18세 이하 청소년 1200여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사망하고 있다.
대기오염과 항생제 내성은 기후위기로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위기로 인구과밀, 위생 등 면역 관련 문제가 부각되면서 간단한 상처에도 사망할 수 있는 슈퍼박테리아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전세계 슈퍼박테리아 관련 사망자는 500만명에 달했다. 게다가 캐나다에서 2개월 넘게 산불이 이어지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 남미까지 연기가 퍼져, 1억명 이상이 대기오염에 노출되고 있다.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에 의한 사망자가 당뇨와 암보다 많은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2020년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4위였다. 가장 광범위한 항균력의 항생제 카바페넴에 내성을 가진 장내세균속균종 감염사례는 전년대비 31% 늘었다.
다만 논문의 주요저자 첸 교수는 "대기오염과 항생제 내성의 관련성이 밝혀진 만큼, 대기질 개선만으로 대기오염 조기사망자를 줄이는 동시에 항생제 내성을 줄일 수 있어 2중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이번 연구결과는 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랜싯: 지구보건'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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