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면적 2배' 남극 빙붕 며칠만에 무너졌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3-28 15:03:18
  • -
  • +
  • 인쇄
남극 동부지역 이상고온에 '역대급 폭염'
과학자들 "거대 빙붕 붕괴, 3월에만 세번"
▲붕괴한 남극 콩거빙붕을 촬영한 위성사진. 데이터에 따르면 빙붕은 빙산 C-38을 깨고 붕괴됐다. (사진=U.S. National Ice Center)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남극에서 서울면적의 2배에 달하는 거대 빙붕이 단 며칠만에 완전히 무너졌다.

과학자들은 표면적이 약 1200km²인 남극 콩거(Conger) 빙붕이 지난 15일 붕괴됐다고 25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코페르니쿠스 센티넬1호 위성데이터에 따르면 이 빙붕은 이달 5일~7일 사이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남극의 동부지역은 지난주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였다. 남극 콩코디아(Concordia) 기지는 지난 18일 영하 11.8℃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기존보다 40℃ 이상 오른 수치다. 전문가들은 대기에 습한 공기층이 형성되는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 현상이 남극대륙에 열을 가두면서 기온이 급격히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알렉스 센 굽타(Alex Sen Gupta)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부교수에 따르면 남극 폭염은 지난 15일부터 시작됐다. 그는 "남극 동부지역의 대부분은 기온이 평소보다 2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빙붕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상의 연장선으로 내륙의 얼음이 쉽게 녹지 않게 억제한다. 빙붕이 없으면 내륙의 얼음이 바다로 더 빨리 흘러들어가 해수면이 상승한다.

캐서린 콜렐로 워커(Catherine Colello Walker) NASA·우즈홀해양학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지구행성과학자는 "콩거 빙붕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라센B 빙붕이 붕괴된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중요한 붕괴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이번 사건은 앞으로 일어날 일의 징조"라고 내다봤다.

워커 박사에 따르면 콩거 빙붕은 2000년대 중반부터 줄어들고 있었지만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줄어드는 속도가 점진적이었다고 한다. 올 3월 4일까지 빙붕은 1월 측정치 약 1200km²에 비해 표면적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 네프 미국 미네소타대학 빙하학자는 얼음과 암반의 기하학적 구조상 동남극 얼음은 서남극처럼 빠르게 손실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붕괴가 3월 중순 대기의 강 현상이 몰고온 폭염과 관련이 있을 경우 이에 관한 추가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헬렌 아만다 프리커(Helen Amanda Fricker) 스크립스극지센터(Scripps Polar Center) 빙하학교수는 "콩거 빙붕 붕괴 외에도 토튼(Totten) 빙하와 글렌저(Glenzer) 빙붕 등 3월에만 남극대륙 동부의 빙붕이 무너지는 현상이 세 번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남극 동부의 많은 부분이 빙붕을 받치고 있어 그곳의 모든 빙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앤드류 매킨토시(Andrew Mackintosh) 호주 모나시대학(Monash University) 지구대기환경 교수는 "대규모 빙붕 붕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콩거 빙붕이 이미 해저에서 상당량 녹아내려 이로 인해 붕괴한 것으로 보았다.

매킨토시 교수는 "붕괴 자체는 최근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표면이 녹아 발생했을 수 있다"며 이번 붕괴를 최근의 온난화와 연결하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트 킹(Matt King) 호주 남극과학우수센터(Australian Center for Excellence in Antarctic Science) 센터장은 콩거빙붕의 붕괴 자체가 해수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기후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이보다 훨씬 더 큰 빙붕이 많이 부서지며, 얼음이 다시 얼지 않게 되어 전세계 해수면을 크게 상승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셀트리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친환경 포장재 71% 전환

셀트리온은 지속가능한 경영 활동 및 성과를 담은 '셀트리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4-2025'를 27일 발간했다.셀트리온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

넷마블, CSRD 반영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넷마블이 재생에너지 도입, 기술혁신 및 연구개발, 정보보안 등 ESG 경영 주요 성과를 공개했다.넷마블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과 지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엔씨,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감축…'ESG 플레이북 2024' 발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했다.엔씨소프트가 지난해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ESG 플레이북(PLAY

우리금융, 다문화 장학생 1000명 대상 18.9억 장학금 지원

우리금융이 올해 다문화 장학생 1000명을 선발하고, 18억9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우리금융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다문화 장학사

계면활성제 대체제 나오나...LG전자 '유리파우더' 실증 나선다

LG전자가 세탁세제 원료인 계면활성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미네랄 워시(Mineral Wash)'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증에 나선다.LG

기후/환경

+

덴마크가 의장국 되는 EU...'그린딜' 후퇴 제동 걸리나?

덴마크가 오는 7월부터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에 오르며, 자국의 기후정책을 농업 분야까지 확대시키려는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환경규제

경기도, 전국 최초 '기후격차 해소 기본조례' 제정

경기도가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후격차 해소에 관한 기본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경기도는 기후격차 등

[주말날씨] 대부분 지역에 '비'...'후텁지근' 체감온도 30℃ 이상

이번 주말에는 장맛비가 전국적으로 오라가락한다. 남부 내륙은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덮치겠다.토요일인 28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대부분

챗GPT로 학교숙제?..."원자력으로 계산기만 쓰는 격"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대구가 작아졌다"…1990년대 이후 몸집 절반 줄어든 이유

1990년대 이후 대구의 몸길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가 인간의 포획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유전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이 몸집이 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