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어쩌나?"...국토 가라앉는 섬나라들 '국적보장' 논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6-30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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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지더라도 여전히 국가로서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논의가 촉발됐다. 이에 국토가 바다밑으로 가라앉아 국가를 잃을 위기에 처한 저지대 섬나라들이 국적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태평양제도포럼(Pacific Islands Forum)이 국제법률전문가들을 초청해 국가가 물에 잠긴 후에도 정치적 국가 지위가 지속되도록 하기 위한 외교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논의의 핵심은 해수면이 적어도 한세기동안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과학적 확신과 이로 인한 최대 피해자들은 기후변화를 초래한 책임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라는 부당함이다. 작은 섬나라들은 세계 국가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하지만 탄소배출량은 전세계의 1%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탄소는 북반구 대규모 산업국가에서 배출된다.

해수면은 이미 상승중이다. 이 속도는 금세기 후반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십 년 내로 섬나라의 국경을 이루는 환초지대가 사라지고 100년 후에는 전체 국토가 거주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됐을 때의 해당 국가의 시민, 정부 및 자원의 존속 여부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피지에서 열린 관련 회의에서 마크 브라운(Mark Brown) 쿡 제도 총리는 "우리의 해안선이 해수면 상승에 침식되면 우리의 주권과 땅, 직함, 집은 어떻게 될 것인가?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으로 보장된 우리의 기본 권리와 자유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가'로서의 지위가 흔들릴 때 어떻게 우리의 공유된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까? 만약 우리 국민들의 집과 생계를 빼앗긴다면 어떻게 그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며 이 논쟁의 틀을 잡았다.

사이먼 코페(Simon Kofe) 투발루 외무장관은 국제 규제의 재정의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 시민들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해수면 상승의 위협과 우리 국가의 침식은 단순 가상이 아니라 우리가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현실적인 위험"이라고 말했다.

해수면 상승을 다룬 IPCC 보고서의 주 저자 중 1명인 로버트 E. 코프(Robert E. Kopp) 미국 뉴저지 럿거스대학 지구과학교수는 단기적으로 침수보다도 홍수 및 폭풍해일이 큰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비영리언론단체 클라이밋센트럴(Climate Central)의 피터 지라드(Peter Girard) 또한 "보호조치없이는 해안가 거주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투발루를 비롯한 섬나라들은 콘크리트 장벽으로 일부 해안선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쓰나미 및 홍수, 지하수 범람에 취약하다.

국가들이 직면한 위협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적 권리보호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2020년 태평양제도포럼은 육지 영토가 침식돼도 기존 해양구역 및 자원의 소유권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투발루는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과 상관없이 다른 국가들이 자국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벌이고 있다. 또 이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정부를 디지털화하고, 법률학자들은 다른 나라의 토지를 임대해 국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베네수엘라, 바하마, 세인트키츠, 세인트루시아, 바누아투, 니우에, 팔라우, 가봉, 대만 등 7개 정부가 국가지위를 인정하기로 약속했다. 투발루 측은 뉴질랜드, 호주 등 보다 큰 이웃국가들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페 외무장관에 따르면 현재 국제법에 따른 국가의 정의는 물리적 영토, 인구, 정부 그리고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4가지 기준으로 규정돼 있다. 즉 투발루가 영토를 잃거나 강제이주될 경우 국가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코페 외무장관은 "국제사회가 투발루의 국가지위를 영구적인 것으로 계속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패트리샤 갈방 텔레스(Patricia Galvão Teles) 국제법위원회 위원은 전시에 망명한 정부들의 역사적 선례나 교황청과 몰타 주권자의 역사적 이주를 언급했다.

다만 언급된 사례들은 일시적인 이주에 그쳤으며 이주전 영토도 온전한 경우라고 지적됐다. 근본적으로 기후압력 때문에 대피하는 국가는 토지 및 경제적 자원의 손실로 인해 시민의 자산을 보호하고 대사관을 유지하거나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다른 문제는 이주민들이 법적 권리와 문화적 응집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 갈방 텔레스 위원은 국제법에 기후난민이나 해수면 상승 피해자에 대한 법적 범주가 없어 기존 인권·난민 관련 합의에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토지의 물리적 손실에 관계없이 정치적 실체로 계속 존재할 수 있다면 무국적 문제는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이중국적이나 외국인의 출생신고를 허용하지 않는 타국으로 피난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1964년 잔지바르와 탕가니카가 합병해 탄자니아를 만든 사례처럼 다른 국가와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은 거대 탄소배출국들로 하여금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과제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짚었다. 갈방 텔레스 위원은 "피지 회의 대표단은 산업국가들이 문제에 책임을 지고 배출량 감축에 중점을 둘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헨리 푸나(Henry Puna) 태평양제도포럼 사무총장은 기후행동이 작은 섬나라들의 권리와 생존을 보장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구 기온을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일이 항상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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