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수업 '찬밥신세'...875개 중고교에 환경교사는 49명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05 07:00:02
  • -
  • +
  • 인쇄
전문교육받은 환경교사 중 26명만 정규직
대부분 학교는 다른 교과목 담당자가 수업
▲야외에서 환경수업을 받고 있는 숭문중 학생들 (사진=신경준 교사)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젊은세대에 대한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환경과목을 채택한 전국 중·고등학교는 875개교로 늘었지만 정작 수업을 담당할 환경교사는 전국을 통틀어 49명밖에 없다.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부가 5~11일을 '환경교육주간'으로 선포했지만 일선학교에서 환경수업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젊은세대에 대한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지난 2년간 환경과목을 채택한 중·고교는 144곳이나 늘었지만 정작 환경교육을 담당할 '환경교사'는 14명밖에 늘지 않았다.

5일 뉴스트리가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5631개교 중·고등학교 가운데 '환경과목'을 교과목으로 선택한 학교는 875개교로, 2년전인 2021년의 731개교보다 144개교가 늘어났다. 하지만 환경교육을 담당하는 환경교사는 2년전에 비해 14명 늘어난 49명에 불과했다.

환경과목을 가르치는 학교는 875개교에 달하는데 전국의 환경교사가 49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학교별로 환경교사가 배치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심지어 49명의 환경교사 가운데 정교사는 26명이고, 나머지 23명은 기간제 교사다.

전문적인 환경교육을 받은 '환경교사'가 없는 학교는 상치교사가 환경수업을 진행한다. 상치교사란 중·고등학교에서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교과목을 대신 가르치는 교사를 말한다. 비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지만 당초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게다가 환경수업을 자습시간으로 활용하는 학교도 적지않다고 한다. 환경교사모임 대변인인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환경과목의 약 70%는 고등학교 3학년 수업으로 개설된다"며 "그나마 환경교사가 있는 학교에선 환경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치교사가 수업을 맡은 경우에는 자습이나 다른 교과목의 보충시간으로 활용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필수과목도 아닌 선택과목에 '환경교사'를 별도 채용하는 것이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꺼려진다. 이 때문에 875개 학교 가운데 826개 학교가 상치교사로 환경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들은 각급 학교에서 환경교사를 배정해달라는 요청이 없으니 마냥 환경교사를 확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환경은 환경전공 교사만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 아니고 다른 과목 시간에도 환경을 주제로 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으니 환경교육이 배제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환경교육에 대한 학교의 수요가 있어야 환경교사를 뽑아서 배치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기후재앙으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기관과 학교 일선에서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AI정보교육이 중학교 의무교육으로 결정되면서 AI정보 전공교사가 크게 늘었다"며 "정부가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환경과목을 가르치러 간 교사가 화학, 수질처리같은 환경공업을 가르치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환경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라고 꼬집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중동 등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는 학교에서 필수적으로 환경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환경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신경준 교사는 "지구에 살고 있다면 환경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며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환경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각급 학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환경수업을 진행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SK케미칼 '2024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5대 과제 평가 담아"

SK케미칼이 1년간의 ESG성과와 향후 전략을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공시 기준으로 통용되는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기후/환경

+

산불 발생한 강 유역 오염도 103배...오염 8년간 지속된다

폭염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산불이 발생한 지역은 산불 재로 인해 수자원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8일(현지시

벌써 전력사용량 '피크' 찍었다...길어지는 폭염 '블랙아웃' 걱정없나?

한낮 최고기온이 40℃를 육박하는 때이른 폭염에 최대전력 수요가 연일 새로운 기록으로 갈아치우자, 기온이 가장 치솟는 '7말8초' 시기에 전력소비를

도로 잠기고 차 끊기고...퇴근길 '기습폭우' 또 내린다고?

올들어 가장 높은 37.8℃까지 치솟았던 8일 서울은 퇴근길 '기습폭우'에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이날 기습폭우의 원인으로 '폭염'

인력도 예산도 깎더니...美 텍사스 대홍수 참사에 트럼프 '뭇매'

미국 텍사스 중부를 덮친 기록적 폭우로 111명이 숨지고 160명이 실종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재난 초기 대응과 기상예보 체계 붕괴에 대한 비판이 들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산칼슘 저장하는 무화과 나무...왜?

무화과 나무가 자신의 일부를 돌처럼 만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대학(UZH) 마이크 로울리 박사 연구팀

녹색전환硏, 노원구와 시민맞춤 ‘탄소중립 안내서’ 발간

서울 노원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민 눈높이 '탄소중립 안내서'를 발간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 서울 노원구와 함께 '탄소중립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