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World Climate Industry EXPO·WCE)'에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 기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양한 분야의 친환경 기술들이 선보인 가운데 눈길을끈 기술들을 정리해봤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생분해 그물'을 전시했다.
플라스틱 어망은 해양생태계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어업인의 관리 부실이나 무단 투기, 분실 등으로 유실된 어망은 해양생물에게 직접 피해를 입히거나 해양쓰레기로 바다에 쌓인다. 특히 그물은 플라스틱이라서 썩지 않는다.
수과원은 유령어업 저감과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바다 속에서 3~4년만 지나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없어지는 '생분해 그물'을 개발 및 보급하고 있다. 실제로 3년 간 해수에 담겨져 있던 생분해 그물은 마른 솔잎처럼 살짝 잡기만 해도 바스라졌다.
수과원 연구원은 "1~2년 사용되다 유실된 나일론 소재 그물은 '유령어업'의 주범"이라며 "이를 저감하기 위해 생분해 그물을 개발했고 어업인에게 주기적으로 보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돼 있는 나일론 소재 그물과 생분해 그물을 직접 만져보니 촉감의 차이가 있었다. 생분해 그물이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획성능 시험에서 나일론 그물과 동등한 성능을 보였으며 강도나 신장률도 기존 그물실의 95%까지 근접했다"면서 "오히려 해양생태계 오염이 감소하면서 어획량이 5~10%가량 늘기도 했다"라고 답했다.
나무를 '녹여' 플라스틱처럼 찍어 만든 제로웨이스트 생활용품도 눈길을 끌었다.
동남리얼라이즈에서 개발한 CXP 목재는 가지치기나 나무 밑동 등 활용하기 어려운 나무 부산물을 활용해 제작한 것이다.
CXP 목재는 기존 플라스틱 생산설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목가공품은 별도 제작설비가 필요하고 제작비용도 높지만, CXP 목재는 플라스틱 제품처럼 금형만 있으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칫솔, 그릇, 텀블러, 주걱, 빗 등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대체할 수 있다.
목재의 특성상 내열성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업체 관계자는 "제조과정이 플라스틱과 동일하고 사출 압력으로 인해 물과 압력에 강해져 토양과 해양에서도 사용성을 충분히 유지한다"며 "실제 제품 중에는 멀티탭 등 전열 기구도 있다"고 답했다.
또 "기존 플라스틱 아동용 완구에서 각종 환경호르몬과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CXP 제품은 천연소재로 만들어져 완벽한 무독성 물질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폐신문, 폐박스 등 폐지를 가공해 만든 친환경 단열재도 선보였다. 써모랩코리아의 '에코라이너'는 버려진 신문, 택배 박스와 같은 폐종이를 가공해 만든 종이단열재다.
폐지를 분해한 섬유 슬러리에서 잉크와 필러를 제거하고, 셀룰로오스를 산화제로 처리해 원료를 얻는다. 슬러리란 흙탕물처럼 불용해성 고체 물질과 액체가 섞인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완성된 패키징은 외부 온도와 무관하게 0~10℃ 또는 2~8℃ 사이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각각 신선식품과 생물학적 제재 등 온도민감성 제품의 유통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써모랩코리아 최석 대표는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할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동시에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해치지 않는 제품을 완성해 그 보급률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이후 사용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박스 형태의 제품도 개발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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