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량 53% 감축...20년내 추가비용 회수
150m 땅속 지열을 끌고와 냉·난방에 활용하는 '저탄소 아파트단지'가 뉴욕 브루클린에 들어선다.
호주 부동산투자·건설업체 렌드리스(Lendlease)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구에서 한 아파트단지 건설에 착수했다. 단지 내 최고층 건물은 37층 높이로 총 834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3000평이 넘는 해당 부지는 뉴욕 이스트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물가를 마주하고 있지만, 눈여겨볼 지점은 전망 좋은 높이가 아닌 지반공사다. 현재 공사현장에서 크레인은 찾아볼 수 없고, 초대형 굴착기만 즐비하다. 이들 굴착기는 부지 내 320개 지점에 500피트(약 152.4m) 깊이의 구멍을 내는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구멍의 정체는 바로 아파트단지의 냉·난방설비로 사용될 배관이 들어설 공간이다. 2025년 완공 예정인 이 아파트단지는 그 자체로 지열을 활용한 하나의 커다란 '히트펌프'가 된다. '히트펌프'는 저온에서 고온으로 열을 퍼올리는 장치로, 렌드리스는 집집마다 쓰는 온수부터 단지 내 공용수영장에 이르기까지 전체 냉·난방 수요를 지열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지열을 대규모 거주단지에 활용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리는 기본적인 열 순환 법칙을 따른다. 땅속 흙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지점인 '동결심도'에서 배관의 물은 약 12.8℃로 변동 없이 유지된다. 지반 위 대기온도가 이 기준점보다 높으면 열을 흡수한 물이 배관을 타고 동결심도로 내려가 냉각되고, 대기온도가 이보다 낮으면 물이 동결심도의 열을 상부로 끌어올린다. 배관의 물에는 부식이나 동결을 막는 첨가제가 들어가 있어 끊임없이 순환하는 물이 아파트단지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시킨다.
이같은 지열식 아파트단지는 기존 냉·난방설비를 사용하는 같은 규모의 건축물에 비해 탄소배출량을 53%가량 저감할 수 있다. 다만 건축비용이 6% 더 비싼데, 에너지효율이 높아 20년 안에 충분히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게 렌드리스의 설명이다.
특히 뉴욕시는 내년부터 특정규모 이상의 건축물부터 탄소배출량 감축의무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조례를 시행할 예정이어서 이같은 시도가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뉴욕 내 대형건축물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의 40%, 2050년까지 80%를 저감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뉴욕시의 목표가 건물주는 물론 세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건축물들을 친환경 건축물로 전환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이 필요하고, 그만큼 큰 비용이 따라붙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렌드리스는 이번 지열식 아파트단지 834세대 가운데 30%를 '부담가능한 주거'(affordable housing)로 내놓을 계획이다. '부담가능한 주거'는 저소득자·무주택자 등 지원이 필요한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는 '적정주택'으로, 뉴욕시의 대표적인 주거복지 정책이다.
렌드리스 뉴욕 개발책임자 스콧 월시는 "이번 지열식 아파트단지 착공은 뉴욕의 야심찬 기후목표와 2040년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렌드리스의 목표가 만나면서 생겨난 기회"라면서 "지열을 활용한 건축은 환경적 이점 뿐 아니라 비용효율 측면도 고려할 수 있어 완공 시점이 되면 시장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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