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이상 '기후친화적 에너지'로 가동해야
모든 원전의 가동을 멈춘 독일 정부가 이번에는 2024년부터 신규 건축물에 대해 석유 및 가스 난방설비 설치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일(현지시간) 독일 정부는 신규 석유 및 가스 난방설비를 퇴출하고, 모든 건축물의 난방설비가 에너지 조달의 65% 이상을 '기후친화적 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하도록 하는 법안을 재가했다.
이 정부안은 오는 6월 독일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제출된 정부안이 의원들의 심의와 표결을 거쳐 승인되면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기후친화적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히트펌프, 지역난방, 태양열 난방설비나 바이오매스, 수소와 같이 입증된 환경친화적 원료로 생산한 가스난방 등을 포함한다.
기존 건축물의 난방설비는 고장이 나지 않는 한 전면교체할 필요는 없지만, 법령 시행 이후 3년내 재생에너지 활용 비중이 65% 이상인 설비로 교체해야 한다. 기존 주택보유자가 이같은 '기후친화적 에너지'로 가동되는 신규 난방설비로 교체할 경우 발전원에 따라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10~30%의 교체비용을 부담한다. 법령 시행 이전에 교체할 경우 추가 보조금 10%를 지원해 교체비용의 최대 40%를 절감할 수 있다.
해당 기준을 어길시 5000~5만유로(약 730만~73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80세 이상이거나 소득 수준이 낮을 경우 교체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종적으로 독일 정부는 2045년까지 모든 난방설비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독일 정부의 이번 입법계획은 "독일은 건축물 난방의 신속하고 대대적인 전환 없이는 제때에 기후목표를 이룰 수 없을 뿐더러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도 없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독일의 건축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1200만톤으로 국가 총 배출량의 15%를 차지했다. 독일의 전체 에너지 가운데 3분의 1이 건물 난방에 쓰이고 있고, 80%가량이 화석연료로 가동된다. 독일 가구의 절반 이상이 가스난방, 25%가 석유난방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독일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및 원유 수입량을 대폭 줄이고, 2027년부터 자동차·난방에도 탄소배출 감축 의무를 부과해 확대 시행 예정인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만만찮은 전환 비용이 큰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우려에 반발을 표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임대인연합 하우스운트그룬트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환의 문을 쇠지렛대로 강제로 열어젖히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의 여론조사기관 포르사연구소에 따르면 78%가 정부의 입안계획에 반대를 표했고, 62%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난방요금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응답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독일 납세자들은 2028년까지 매년 91억6000만유로(약 13조3000억원)의 추가부담을 지게 된다. 독일 정부는 기존의 에너지기후기금을 확대한 1800억유로(약 262조원) 규모의 '기후 및 전환기금'(Klima und Transformationsfonds)에서 재원을 확보해 세금 부담을 덜어낼 예정이다.
기술적으로나 인력이 부족해 단기간 내에 난방설비를 전환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유예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기반 난방설비들이 아직 기술적인 한계로 계속해서 난방효율을 개선해야 하는 단계에 있고, 공급망 문제로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며,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앞으로 발생할 난방설비 설치 기술자 인력의 공백이 6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독일의 제1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CDU)의 에너지정책 담당 대변인 안네 쾨니히는 이번 정부 입법계획에 대해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주택소유자, 세입자, 임대인연합, 난방네트워크업계에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