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객 늘면서 훼손된 꽃들이 수두룩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희귀종 '동강할미꽃'이 탐방객들로 인해 사라질 판이다.
서덕웅 동강할미꽃보전회장은 동강할미꽃 개화기와 맞물려 군락지에 탐방객들이 몰려들면서 꽃의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1997년 발견된 동강할미꽃은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으로, 대표적인 군락지가 강원도 정선군 귤암리에 있는 동강변 암벽인 일명 '뼝대'다.
생김새도 화사하고 아름다워 개화기가 오면 동강할미꽃을 보러 가는 탐방객이 늘어난다. 올해도 이달 중순부터 뼝대 일대는 주중에도 수백 명의 탐방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문제는 그만큼 동강할미꽃의 훼손도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 회장은 "사진을 찍기 위해 꽃을 훼손하거나, 뿌리째 캐서 집으로 가져가는 등 동강할미꽃의 수난은 벌써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동강할미꽃이 뿌리째 뽑힌 채 말라죽어있는가 하면, 밟히거나 꽃봉오리가 잘린 꽃들도 수두룩하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2009년 모 기관의 조사에서 뼝대 일대에서만 800개체 이상이 확인됐지만, 2021년 뼝대 일대는 물론 상·하류까지 귤암리 전역을 직접 조사한 결과 180개체만 남았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동강할미꽃은 멸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귤암리 주민은 2005년 동강할미꽃보존회를 만들어 동강할미꽃을 지키고 있지만 주민단체의 봉사활동만으로는 탐방객의 무차별 훼손을 막기 힘든 실정이다.
서 회장은 27일 "암벽에 오르는 탐방객에게 안된다고 하면 '네가 뭔데' 등의 험악한 말이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단속도 하지 않는 기관의 단속알림 현수막은 주변 환경만 해칠 뿐"이라고 한탄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