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혼소 기대 2036년까지 가스설비 증가세
정부가 2033년까지 제주지역에 600메가와트(㎿)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를 구축하려는 계획에 환경단체들이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제주도 내·외 시민사회단체 10곳은 27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가스발전을 더이상 확대하지 말고, 지역별 퇴출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 1월 정부는 제주에 600㎿ 규모 가스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내용이 포함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탄소중립 목표에 역행하고, 상당량의 대기오염물질을 유발하는 매우 부적절한 계획으로 시민단체들은 평가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독일 기후연구기관 클라이밋애널리틱스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가스발전의 종말: 2035년까지의 에너지 전환 보고서'를 근거로 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지난해보다 90% 줄여야 하고, 2034년까지 가스발전소를 전부 퇴출해 2035년부터는 배출량이 0에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60%의 전력을 화력발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고, 가스발전 설비는 2036년까지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10차 전력수급 로드맵에 따르면 LNG 설비용량은 2023년 43.5기가와트(GW)에서 2030년 58.6GW, 2036년 64.6GW 등으로 전체 전원에서 비중의 차이도 거의 없고 용량을 오히려 늘려나갈 계획이다.
제주환경연합은 "화력발전에 대한 감축 로드맵을 세우지 않은 정부가 600㎿의 신규 LNG발전소를 세운다는 것은 제주도의 탄소중립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과 다름 없다"며 "심지어 이 계획대로 하면 마지막에 건설될 가스발전소는 2033년에 준공인데, 이 시기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대대적으로 감축해야 할 시기"라고 우려했다.
이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파리협정도 이행할 수 없다"며 "현재 발전 설비 절반에 해당하는 용량을 증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명백히 기후위기 대응을 역행하는 계획이기 때문에 정부는 가동 중인 가스발전소의 퇴출 계획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오래되고 운영비용이 많이 들거나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발전소 순서대로 퇴출할 것을 제안했다. 일례로 1997년 준공돼 105㎿ 규모로 운영중인 한림복합화력발전소는 2020년 등유에서 LNG로 연료를 전환했다. 하지만 2021년 한림발전소가 배출한 질소산화물은 6만6887㎏으로, 약 230㎿ 규모의 제주복합화력발전소가 1년간 배출한 질소산화물 총량 약 6만5000㎏을 넘어서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LNG 가스터빈 연료를 천연가스에서 수소로 단계적으로 대체해 나가는 LNG-수소 혼합연소(혼소)를 명분으로 가스발전소 건설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설명이다.
제주환경연합은 "100% 수소발전이 가능한 시기는 아직 예측조차 되지 않는데다 수소 혼소 50% 달성 시점도 대부분 2040년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며 "수소 혼소를 이유로 가스발전소를 용인하려는 태도는 사실상 화석연료의 사용을 2030년 이후에도 지속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들은 "기존 가스발전소 퇴출과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 철회에 대해 정부가 조속히 계획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제주도 역시 수소 혼소라는 신기루에 취해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고 신규 가스발전소 건립계획 철회를 정부에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단체는 △제주환경운동연합 △LNG발전소반대대책위원회 △경기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경남 및 충북의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솔루션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미세먼지해결을위한충북대책위원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10곳이다.
제주환경연합은 지난 20일 시민사회단체와 청년, 재생에너지 사업자 등과 공동으로 10차 전기본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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