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망간, 코발트도 사용량 수십배 회수가능
오는 2045년에 이르면 전기자동차 폐배터리에서 핵심원료인 수산화리튬 2만톤가량 조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 국내 수입되는 수산화리튬의 82%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폐배터리가 수입대체 효과가 매우 큰 제2의 원석인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김유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에게 분석 의뢰해 23일 발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산업의 원료조달 효과성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 이후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원료인 수산화리튬, 황산망간, 황산코발트, 황산니켈 등의 원자재를 폐배터리 회수를 통해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 재활용될 폐배터리 양을 추정한 결과, 2030년 1만8000톤(4만개), 2035년 9만톤(18만4000개), 2040년 22만5000 톤(40만6000개), 2045년엔 41만6000톤(63만9000개)으로 나타났다.
즉, 폐배터리 41만6000톤에서 수산화리튬 2만톤, 황산망간 2만1000톤, 황산코발트 2만2000톤, 황산니켈 9만8000톤이 회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수산화리튬 수입량의 28%에 달하는 수치이고, 황산망간은 41배, 황산코발트는 25배, 황산니켈은 13배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수산화리튬 수입량은 7만871톤, 황산망간 514톤, 황산코발트 861톤, 황산니켈 7278톤에 달했다.
보고서는 환경부의 '2030년 전기차 보급 목표'를 토대로 2030년까지의 국내 전기차 보급량을 설정하고, 그때까지의 추세선을 2040년까지 적용해 폐배터리 발생량을 추정했다. 변인 통제를 위해 국내 보급 전기차의 폐배터리만 재활용 대상으로 했으며, 스크랩(불량품) 재활용 및 폐배터리 수출입분은 제외했다. 또 폐배터리 처리를 재사용(ESS)과 재활용으로 구분하고, 재사용된 폐배터리는 제품화돼 내구연한만큼 사용된 이후에 재활용되는 것으로 간주했다.
대한상의는 "폐배터리 수출입물량과 스크랩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확보하느냐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의 원료조달 효과성은 달라질 수 있다"며 "폐배터리 재활용산업은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환경보호와 공급망 안정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규제 대응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2045년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회수가능한 수산화리튬 2만톤은 약 63만개의 NCM811 배터리를 새로 만드는 데 필요한 양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1개 용량을 2030년 이후 주로 보급될 예정인 100킬로와트시(kWh)로 가정했을 때 63만개의 용량은 63기가와트시(GWh)로, 현재 국내 이차전지 생산능력(32GWh)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NCM622 모델로는 56만개를 생산할 수 있다.
NCM622는 니켈:코발트:망간이 6:2:2, NCM811은 8:1:1로 함유된 배터리 규격을 뜻한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 주력모델은 NCM622이며 NCM811은 최근 보급이 시작됐으나, 2035년부터 전세계 보급 비중이 비슷해지면서 전망 시점인 2045년에는 NCM622 보급량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황산코발트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NCM622 43만개, NCM811 97만개를 제조할 수 있다. NCM811이 NCM622에 비해 코발트 함량이 적어 더 많은 제조가 가능하다.
보고서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광산 투자에 비유했다. 2025년~2045년까지 확보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순금속 기준의 누적회수량을 연 단위로 환산했을 때 리튬은 2400톤, 코발트는 3000톤, 니켈은 1만4000톤 수준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06년 투자했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의 연간 코발트 생산량이 4000톤이고, LG에너지솔루션이 호주 QPM 지분투자로 확보할 예정인 코발트와 니켈이 각각 연 700톤, 7000톤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폐배터리 재활용이 소위 '도시광산'으로서의 가치를 갖기에 충분한 셈이다.
끝으로 보고서는 폐배터리의 안정적 수입선 확보와 재활용 기술의 고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재활용 설비용량은 2022년 3만7000톤에서 2027년 16만8000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2027년 재활용될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차 폐배터리 양은 약 3000톤으로 설비용량의 2%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16만8000톤의 설비용량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처리량은 설비용량의 11% 수준에 그쳐, 100%를 달성하려면 15만톤 분량의 폐배터리 또는 스크랩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수록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핵심원료 회수량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폐배터리 수거·확보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적극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부회장은 이어 "주요국들이 역내 재활용 생산을 정책화하고 있는 만큼 폐배터리 자체가 전략물자화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폐배터리를 '제2의 원석' '도시광산'으로 인식하고 공급선 확보에 적극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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