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보수 필요없고 전자폐기물 발생도 안해
토양 미생물을 이용해 환경오염을 정화하는 동시에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나왔다.
최근 영국 배스대학 연구팀은 토양미생물연료전지(SMFC)로 토양을 정화하며 동시에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SMFC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전자를 모아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일부 토양 미생물은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전자를 생성하고 세포 외부로 전달할 수 있는데 이를 포착하는 것이다.
SMFC는 소량의 전기만 생산하지만 기존 재생기술과 달리 공급이 어렵거나 지속가능하지 않은 재료에 의존하지 않는다. 원재료가 저렴하고 유지보수가 거의 필요하지 않으며, 현 태양전지판이나 배터리처럼 수명이 다했을 때 전자폐기물이 발생할 걱정도 없다.
연구진은 미생물이 포함된 흙을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 전극을 4cm 간격으로 심어 SMFC를 제작했다. 전극 소재는 탄소 천, 탄소 펠트, 흑연 막대 등 다양하며 여기에 50가지 이상의 전자방출균(exoelectrogen)을 조합했다. 이렇게 SMFC 세트는 1개당 10파운드(약 1만5780원) 미만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2019년 브라질 북동부 이카푸이의 어촌 마을에서 SMFC를 시범 사용했다. 이 마을은 우기동안 내린 빗물을 저장해 사용하는데 마을에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전기 장치 대신 염소로 물을 소독해왔다. 염소는 다량 섭취하면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연구진은 SMFC를 이용해 정화기에 전력을 공급, 하루에 물 3L를 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미렐라 디 로렌조(Mirella Di Lorenzo) 배스대학 생화학공학과 교수는 "나이지리아의 니제르 삼각주 등 기름 유출지역에 SMFC를 설치하면 미생물로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동시에 전기를 생산해 폐수를 정화할 수 있다"며 "비용도 저렴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도 도입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연구진은 스타트업을 시작해 SMFC를 상용화할 계획이며 우선 스마트농업 분야에 초점을 맞춰 SMFC를 활용한 토양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양 수분이나 질소, 온도 등에 따라 미생물에 영향을 미쳐 생산되는 전기의 양도 바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콜린 조셉슨 미국 산타크루즈캘리포니아대(UCSC) 전기 및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미생물이 활동하기 적합한 조건을 알고 있다면 전력 출력이 비정상적일 때 토양 상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 로렌조 교수는 SMFC이 다른 재생기술과 함께 화석연료 의존을 낮출 수 있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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