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의 '침소봉대'...오염수서 자란 광어 공개하며 문제없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0-18 13:55:14
  • -
  • +
  • 인쇄
문제는 농도 아닌 총량..."기준치 의미없어"
韓 무대응에 日 언론 '반대없는 한국' 논평
▲도쿄전력이 17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오염수를 희석한 물로 키우고 있는 광어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후쿠시마 교도)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희석한 물에 키운 광어를 공개하며 여론몰이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18일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 등은 도쿄전력이 전날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에 광어 사육시험장으로 취재진을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오염수 방출을 앞두고 주변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시험장에는 일반 해수가 들어있는 파란색 수조와 오염수가 섞인 노란색 수조가 설치됐다. 현재 도쿄전력은 이곳에서 광어 수백마리를 양식중이다.

오염수가 희석된 수조의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 농도는 해양 방출시의 수치와 같다고 도쿄전력은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기준치의 40분의 1에 해당하는 1L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삼중수소 농도를 낮출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파란색 수조와 노란색 수조에서 자라는 광어의 생육 상황에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염수에서 자란 광어 1세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활동가는 "방사능 피해는 유전적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확대되고, 먹이사슬을 올라갈수록 그 피해가 농축된다는 점에서 사람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삼중수소 농도 기준치도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농도가 아닌 총량이기 때문이다. 광어 수조에 들어간 오염수가 기준치 이하로 희석됐다 하더라도 방류 예정인 오염수는 총 130만톤에 달한다. 정해진 계측 단위 내에서 오염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희석된다 하더라도 자연에 노출되는 방사성 오염물질의 절대적인 양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게다가 삼중수소 외에도 오염수에서 검출될 수 있는 방사성 핵종은 62개에 이른다. 도쿄전력은 지난 2020년 방사능 오염수 2000톤을 시범적으로 정화하면서 7개 핵종에 대한 농도 자체만을 밝혔고, 기준치를 제시하거나 다른 핵종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특히 '탄소-14'는 반감기가 466배 길면서 어류내 생물농축계수는 5만배나 높아 먹이사슬을 통해 오염 지역에 있지 않은 사람까지 피폭시킬 수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해당 물질은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처리하는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에도 최인접국인 우리 정부는 별다른 대처가 없어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일본 지지통신은 '국제 기준에 따른 원전 처리수 방출, 반대 없는 한국'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달라진 점에 주목하며 "한일 관계 개선에 의욕적인 윤석열 정권의 자세를 반영해 대응이 부드러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활동가는 "정부측 인사들과 회의를 하거나 자료조사를 요청하면 너무 무성의한 자료들이 와서 난감한 경우도 있다.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소비는 심리다. 실질적인 건강 피해가 당장 발생하지 않더라도 수산물에 대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천일염 가격부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어민들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 활동가는 "제주도 해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수산물이 문제가 아니라 오염된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우리 건강에도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하신다"며 "현 정부는 국민적 우려사항에 대해 책임감 있는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KT&G, 사장 선임에 '집중투표제' 배제 논란...."주주의사 반영못해"

KT&G가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사측은 "전체 주주의 찬

반도체·디스플레이 '스코프3' 배출량 산정 안내서 발간

환경부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안내서를 오는 14일 발간한다고 13일 밝혔다.안내서에는 스코프3 간접 배

김범수 카카오 의장 건강상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용퇴

카카오 김범수 CA협의체 의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다. 이에 따라 CA협의체는 김범수-정신아 공동체제에서 정신아 단독체제로 개편됐다.카카오는 1

사용 접근성 높여 ESG 실현...LG전자 'CSUN AT'서 제품·기술 소개

LG전자가 글로벌 생활가전 기업 최초로 세계 최대 규모의 접근성 콘퍼런스 'CSUN AT 2025'에 참가해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국민연금, 투자기업 기후리스크 관리한다더니...2년간 '뒷짐'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해놓고도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기후

"신규지역 1만원 할인"...배달의민족, 다회용기 서비스지역 확대

'배달의민족'이 친환경 배달문화 확산을 위해 다회용기 서비스지역을 확대했사용 지역을 확대했다.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강남구와

기후/환경

+

뜨거워진 동해…제일 많이 잡히던 오징어 90% 줄었다

동해안의 어종지도가 5년 사이에 완전히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오징어, 도루묵 등 주요 어종의 어획량은 10% 수준으로 줄었고, 대신 방어는 2배 가까이

가뭄과 폭우 '이중고'...전세계 도시 15% '기후채찍질'에 고통

전세계 도시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과 폭우에 동시에 시달리는 '기후 채찍질'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기후가 습했

친환경 냉매인줄 알았더니..."HFCs 온실효과, 이산화탄소 1만배"

냉장고와 에어컨, 데이터센터 등의 냉매로 쓰이고 있는 '수소불화탄소'(HFCs)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2400배의 온실효과를 유발하고 있지만에 이를 관

플라스틱 먹고 자란 바닷새 '알츠하이머병' 증상 보인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한 바닷새가 새끼에게 먹이고, 그렇게 플라스틱을 먹고 자란 새끼 새는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뇌 손상을 입는 것으로 드러났

연일 기후재앙 겪는데...美 트럼프 '온실가스 규제' 폐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온실가스의 유해성을 부정하면서 관련 규제를 폐지한다.12일(현지시간) 미 환경보호청(EPA)은 오염 관련 규제를 대규모로

국민연금, 투자기업 기후리스크 관리한다더니...2년간 '뒷짐'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해놓고도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기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